[커버스토리]정보통신업체 주식소유한도 규제 완화, 주주들 움직임 빨라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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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우리 회사 주인은 누가 될까. 정보통신부가 정보통신 업체에 대한 주식소유한도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밝힌 이후 주요 주주들의 물밑 움직임이 빨라졌다.

정통부는 최근 전기통신사업법을 고쳐 내년부터 내국인은 주요 정보통신서비스 업체의 지분을 1백%, 외국투자자에게는 49%까지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현재는 내.외국인 모두 33%) . 이에 따라 데이콤.온세통신.SK텔레콤 등 주요 업체들의 여러 주주들이 본격적으로 주도권 쟁탈에 나선 것. 최대 관심은 데이콤. 현재 이 회사 최대 주주는 동양그룹 (9.49%) 이고, 다음은 삼성 (8.63%).현대 (5.1%).LG (5%) 순이다.

그러나 LG는 계열사인 LG텔레콤이 개인휴대통신 (PCS) 사업권을 따면서 데이콤 경영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고 지분을 5%로 줄였지만, 우호지분 등을 합치면 실제 지분은 30% 가까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LG는 이번 기회를 통해 경영권을 확실히 장악하겠다고 나설 것으로 보여 동양 등 다른 회사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데이콤 경영권은 앞으로 'LG 대 (對) 반LG' 간의 갈등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동양 관계자는 "LG는 PCS나 데이콤중 한쪽만 선택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또 정보통신부도 "LG그룹의 각서는 유효하다" 는 입장이라 이 부분이 앞으로의 데이콤 경영권 인수경쟁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고합.동아.일진.한라.롯데 등 8개 중견그룹이 지분을 나눠갖고 있는 온세통신도 관심거리다.

온세의 주식은 외형상으론 이들 중견그룹이 각각 6.87~9.07%씩 공유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이미 상당한 지분변화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온세 관계자는 "해태.동아.한라 등은 이미 지분매각 의사를 밝히거나 포기한 상태여서 앞으로 이 회사 주식이 한곳으로 모일 가능성이 크다" 고 전망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최대 주주인 롯데가 타업체 지분 인수에 나서는 등 적극성을 보이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새 주인으로 유력시 된다고 보고 있다. SK텔레콤은 SK와 한국통신간의 경합이 어떤 식으로 결론날지가 주목거리다.

현재 한통은 SK텔레콤 지분 18.35%를 갖고 있는데, 한통은 이를 그대로 갖고 있겠다고 하는 반면 정보통신부 - SK는 이를 팔라고 요구하고 있다.

한통은 한국통신프리텔을 자회사로 갖고 있으면서 같은 사업인 SK텔레콤까지 하겠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데다 공기업 민영화 차원에서도 한통이 주식을 계속 갖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다는 것이 SK와 정통부 주장. 그러나 한통은 SK텔레콤 지분을 갖고 있으면 해외사업 진출이 쉽다는 점 등을 내세우며 매각을 거부하고 있다.

이밖에도 서울이동통신은 1대주주인 이봉훈 (李鳳勳) 현 사장과 2대주주인 단암산업 (국제화재 계열) 간의 경영분규가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보이는 등 진통이 예상된다.

업계 전문가는 "국내 업체뿐 아니라 외국 기업들까지 경영권 확보전에 뛰어들 것으로 보여 정보통신 업계에 엄청난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고 내다봤다.

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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