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기 왕위전 본선 리그' '옆구리 찌르기'의 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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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제38기 왕위전 본선 리그
[제9보 (129~137)]
黑.안조영 8단 白.이세돌 9단

옆구리라는 단어는 친근감과 엄습을 동시에 연상시킨다. 정면을 치는 전면전이나 배후를 치는 기습보다 훨씬 소규모이면서도 막기 어려운 습격…. 바둑판에서도 '옆구리 붙임 수'는 교묘함, 또는 홀림의 이미지를 띠고 대개 작지만 치명적인 음모(?)를 내포한다.

이세돌9단이 백△로 달리자 안조영8단은 즉각 129로 붙여갔다. 이 옆구리 붙임이 몹시 따끔했던지 이세돌은 허리를 깊숙이 꺾는다. 덥수룩한 머리에 공격적인 이세돌의 옆구리를 모범적인 서생 안조영이 푹 치른 것이다.

이세돌은 기습이 전문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상대는 물론 철저한 대비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반면 안조영은 '반집의 승부사'란 별명이 말해주듯 한발 한발 신중히 나아가는 타입이기에 그의 기습은 훨씬 대비하기 어렵고 효과도 크다.

백의 응수가 어렵다. '참고도1'의 백1로 뻗는 것은 흑2로 젖히는 수가 있다. 고분고분 응수하다가는 흑8까지 바둑이 여기서 끝나버린다. 그런 점에서 130은 일단 최선이었으나 안조영은 재차 131로 빠지는 강수를 터뜨린다.

이세돌이 벼랑 끝에서 강수를 던지는 스타일이라면 안조영은 이처럼 자신의 안전이 확보되었을 때 강수를 던진다. 132로 틀어막자 133의 절단. 좋은 맥점이다. 동아줄 같은 안조영의 강인한 손이 버들가지 같은 이세돌의 옆구리를 잡아 흔들고 있다.

134에서 백이 '참고도2'처럼 살려내는 것은 소탐이다. 안조영은 135, 137로 돌파해 백에 어려운 주문을 건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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