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드라마 '가타카', 과학만능 미래세계에 대한 경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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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영화 '가타카' 는 유전자 조작이 가능해진 21세기를 새로운 계급이 지배하는 암울한 세계로 묘사해놓은 SF드라마다.각본과 연출을 맡은 호주 출신 앤드루 니콜 감독은 인간의 운명을 결정짓는 조건으로 '유전자 조작' 을 끼워넣고, 열성인자 보유자의 고뇌와 그 반란에 초점을 맞추었다.

'가타카' 의 세계에서는 열성인자를 가지고 태어나 '부적격자' 로 판명받은 이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사회의 하층계급으로 자리 잡으며, 우성인자를 보유한 '완벽한' 이들만이 자신의 꿈을 키우고 그것을 실현시킬 수 있다.

주인공 빈센트 (에단 호크) 는 부모가 유전자를 선택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랑을 나누어 잉태됨으로써 우성 유전자 결합에서 소외당한 인물. 우주비행이 꿈인 그는 DNA중개인의 도움으로 우성인자 보유자로부터 얻어낸 혈액과 피부조직의 샘플로 자신을 위장한다.

'가타카' 는 청소부로 출발한 그가 우성인자를 빌려옴으로써 비행사로 위장해 재취업하게 되는 우주항공회사의 이름. 신분증 대신 인간을 피부나 혈액으로 감별해낼 만큼 싸늘한 미래세계를 상징한다.

'가타카' 는 '과학에 대한 과신' 을 경고하면서, 빈센트가 바닷가에서 모래로 자신의 피부를 문지르는 장면에서처럼 운명을 거스르고 꿈을 성취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인간적 모습에 특별히 비중을 두고 있다.

'비포 선라이즈' 에서 낭만적인 청년으로 눈길을 모았던 에단 호크가 자신의 운명에 저항하는 이단아로 변신했다.

가타카 여성 멤버로 등장하는 '펄프 픽션' 의 우머 서먼은 그녀 특유의 신비한 매력을 이 영화에서도 고스란히 보여준다.5월1일 개봉.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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