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경제]과열인가·고속성장 진입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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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미 경제는 과열 단계에 들어섰는가.뉴욕 증시의 주가가 계속 뜀박질함에 따라 경기가 과열되고 있다는 지적이 잦아지고 있다.

뉴욕 타임스지는 이와 관련, "저축률이 10년 전에 비해 1.7%포인트 낮은 3.8%로 하락했고 무역수지 악화, 소득격차 확대 등 숱한 악재를 지니고 있다" 며 미 경제의 거품 발생 가능성을 경고했다.

지난 94년 아시아 경제의 몰락을 예고한 바 있는 미 MIT대의 폴 크루그만 교수도 최근 "미 경제는 지표상으로 볼 때 잘 나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다른 지역의 침체 때문이지 미 경제의 생산성이 오른 것은 아니다" 라고 지적했다.

경기과열 조짐의 첫손가락에 꼽히는 것은 주가 오름세다.올들어 뉴욕 증시의 주가는 15%가량 올랐다.최근 2년간 주가 상승률은 무려 65%에 달한다.월가에서는 곧 다우 지수가 1만선을 넘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두번째는 부동산 가격이다.대도시의 사무실 임대료 등은 지난해 약 20% 올랐다.부동산값 상승은 돈이 많이 풀리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1년간 총유동성 (M3) 증가율은 거의 10%에 달해 지난 85년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FRB)가 이자율을 올리는 등 긴축정책을 통해 돈줄을 죄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기업인수.합병 (M&A)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는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최근 대형 은행들이 속속 합병을 발표하면서 관련 업종의 주가가 큰 폭으로 뛰어올랐다.미 증시 전문가들은 과거 M&A 바람이 대세상승기의 끝 무렵에 나타났었다는 점을 경계하고 있다.

그러나 낙관론도 만만치 않다.증시 활황은 미 경제가 새로운 고속성장의 시대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또 미 경제는 이제 신기술과 세계 경제의 지구촌화 (化)에 힘입어 '인플레 없이 고속성장이 가능한 시대' 로 접어들었다고 해석한다.

현재 소비자 물가지수는 올들어 3개월간 연 1.4%에 그쳐 인플레 우려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게다가 올해에는 30년만에 처음으로 재정흑자 달성이 예견되는데다 4%대의 낮은 실업률, 3%안팎의 성장률, 83%대의 제조업 설비가동률을 기록하고 있다.

기본적인 경제여건이 좋다 보니 아시아 금융위기의 파급효과라든지, 지난 2월중 무역적자가 10년래 최대 규모인 1백21억달러에 달했다는 등의 악재는 거의 무시되고 있다.아무튼 실물 경기와 자산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미 경제의 거품발생 여부를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김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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