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오래된 백제 태극문양 발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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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국내 최고(最古) 태극문양 목제품. 사진 오른쪽은 적외선 카메라로 촬영한 것이다. [연합뉴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태극 문양이 발굴됐다. 전남 나주 복암리 고분군(사적 제404호) 인근의 수혈(竪穴·구덩이) 유구(遺構·옛 건축물의 흔적)에서 출토된 백제 사비 시기(538~660년)의 목제품 한 쌍에서 태극 문양이 확인된 것이다. 태극 문양은 당시 이 일대에 도교사상이 널리 퍼져 있었음을 보여준다. 지금까지는 경주 감은사지 장대석에 새겨진 태극문(682년)이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문화재청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는 3일 서울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태극 문양 목제품을 비롯해 수혈 유구에서 일괄 출토된 목간(木簡·글씨를 적는 용도로 사용한 나무판)을 공개했다. 출토 목간 31점 중 먹으로 쓴 글씨가 남아 판독 가능한 것이 13점이다.

나주문화재연구소 김성범 소장은 “국내 최초로 출토된 비밀문서 운반용 ‘봉함(封緘)목간’, 사면을 활용한 ‘다면목간’, 글씨 연습용으로 쓴 ‘습자목간’ 등 그 종류가 다양하고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봉함목간은 목간과 덮개 사이에 종이문서를 끼워 넣고 진흙을 발라 봉인하는 형태이나 덮개는 남아 있지 않다.

현재까지 발굴된 목간 중 가장 길고 큰 것(길이 60.8㎝, 너비 5.2㎝, 두께 1㎝)도 포함돼 눈길을 끈다. 갈 지(之)자를 ‘~하다’란 뜻으로 사용한 이두(吏頭)식 표현이 적힌 목간도 발견됐다. 김 소장은 “백제시대에 이미 이두를 사용했음을 입증하는 자료”라고 설명했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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