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공사, 10년 전 LNG 가격 큰 폭 떨어졌지만 … 제 살길 찾다 기회 놓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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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국내 소비 LNG의 97%를 도입하는 가스공사는 일본보다 비싼 값에 LNG를 들여오면서도 2000년 이후 매년 5000억~6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가스공사는 LNG를 도시가스 회사와 발전 회사들에 팔아 수익을 냈다.

비싸게 수입한 만큼 비싸게 넘길 수밖에 없는 구조이고, 결국 이는 소비자들이 부담하는 도시가스요금과 전기요금에 반영됐다. 다만 지난해에는 LNG 가격이 급등했는데도 정부가 요금 인상을 막아 가스공사는 3조5000억원의 적자를 봤다. 올 1분기에도 1조5000억원의 손실을 냈다.

가스공사가 이처럼 큰 적자를 내자 정부는 가스요금 인상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가스공사가 일본과 비슷한 값에 LNG를 들여왔다면 손실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올 1분기에만 한국은 LNG를 일본보다 11억 달러 비싸게 들여왔다. 1분기 평균 원화가치(달러당 1415.22원)로 환산하면 1조5600억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발전사들도 손해를 봤다. 한국남부발전 등 한국전력의 발전 자회사들은 지난해 가스공사로부터 발전 연료용 LNG 7조9000억원어치를 샀다. 가스공사가 일본과 비슷한 값에 LNG를 들여와 팔았다면 발전사의 부담도 줄어들 수 있었다는 얘기다. 연료 값이 오르는 바람에 발전 자회사들로부터 전기를 사서 소비자에게 되파는 한전은 지난해 3조원 가까운 적자를 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전기요금을 올리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왜 비싸게 들여오나=가스공사가 10년 전 LNG 가격이 한참 쌌던 기회를 놓쳤기 때문이다. 당시 국제유가가 배럴당 20달러 밑으로 떨어지면서 LNG 가격도 떨어졌다. 그때 정부는 가스공사를 수입·배관망·도매 부문 등으로 쪼개 민간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여기에 매달리다 보니 당시 LNG를 싸게 장기 도입 계약을 하는 일은 추진하기 어려웠다는 게 가스공사의 해명이다.

성신여대 강석훈(경제학) 교수는 “공기업이 본연의 역할을 잊고 생존을 위해 노력했다가 그 부담을 국민이 안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보다 LNG를 저렴하게 수입하는 일본은 도쿄가스·오사카가스 등 민영 사업자들이 LNG를 도입하고 있다. 국내에서 민간 기업들이 주로 도입하는 원유는 지난해 평균 수입단가가 t당 735.48달러로 일본(769.55 달러)보다 오히려 쌌다.

LNG 저장시설이 부족한 것도 도입단가가 높아지는 원인이다. 가스공사 측은 “대형 LNG 저장 시설이 충분하면 값이 싼 여름에 LNG를 들여와 저장했다가 겨울에 풀면 되지만 우리나라는 저장 시설이 부족해 겨울에 현물 시장에서 LNG를 비싸게 사야 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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