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지정된 30대그룹 이모저모]계열사 수 첫 감소 구조조정 가시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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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국제통화기금 (IMF) 사태가 국내 기업들에 미친 타격은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공정거래위원회가 올해 새로 지정한 30대그룹의 부채규모가 지난 1년새 2백69조9천억원에서 3백57조4천억원으로 무려 32.4%나 늘어난 것이다.

이중엔 환율급등에 따라 외화차입금 평가액이 늘어난 게 큰 부분을 차지한다.또 경기 침체로 매출채권이 제대로 회수되지 않은데다 재고가 누적되다보니 신규 차입 역시 급증했다고 공정위측은 분석하고 있다.

한화.고합 등 대기업에 대한 은행권의 대대적인 협조융자 제공도 부채비율을 높이는데 한몫 (?) 했다.

30대그룹의 부채가 이처럼 급증한데는 당초 탈락할 것으로 예상됐던 한라.진로.뉴코아.해태 등이 포함된 것도 원인이 됐다.한라.진로는 아예 자본금이 한푼도 남아있지 않고 뉴코아와 해태는 빚이 자기자본의 10배를 훨씬 넘기 때문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기아의 경우처럼 법정관리를 신청한 계열사의 자산총액이 그룹전체 자산의 50%를 초과할 때만 30대그룹 지정에서 제외한다.따라서 법정관리 대신 화의 신청쪽을 택한 이들 기업은 그대로 남게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올해 30대그룹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됐던 제일제당 (32위).신세계 (33위).동양화학 (34위).벽산 (35위) 등은 30위권 밖으로 밀려나는 '행운' 을 얻었다.

30대그룹으로 지정될 경우 부채비율을 줄이는 것뿐 아니라 상호채무보증 해소.상호출자 금지 등 갖가지 규제를 받게 돼 많은 그룹들이 덩치줄이기에 열을 올렸다.게다가 내년부터 지정되는 그룹들은 추가로 결합재무제표 작성의 부담까지 떠안게 된다.

한편 처음으로 30대그룹의 계열사 숫자가 줄어든 점은 기업 구조조정의 결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난 것이라 눈에 띈다.이른바 문어발식 확장이 IMF 한파를 맞아 한풀 꺾인 것이다.

그룹별로는 삼성이 제일제당.신세계백화점 등을 분리하면서 19개가 줄어 가장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으며 총 11개 그룹이 계열사 숫자를 줄였다.

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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