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길잡이]예종에의 길…시장과 국가역할 치밀한 분석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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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서울대가 몇년전부터 고전읽기 활성화 방안으로 2백편의 문학및 사상 고전을 선정했었다.물론 이 고전은 대학생들이 읽어야 할 것으로 선정했지만 논술시험을 치러야 하는 수험생들에게도 많은 참고가 됐다.

하지만 수험생들이 쉽게 읽을 수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사실 교수들도 추천 고전 중 한권으로 학위논문을 쓴 경우도 많다.

해설서를 비롯한 연관 도서들이 물론 큰 참고가 됐겠지만 한권의 고전을 제대로 읽는다는 것이 그만큼 어렵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하나. 출제될 만한 고전의 서문과 해설, 그리고 시중에 많이 나와 있는 사상가들의 다이제스트를 읽고 토론해보는 것이 수험생이나 교사들이 선택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하이에크의 '예종에의 길' 도 서울대 고전 2백선 속에 포함은 됐지만 수험생이 읽고 소화하기에 결코 쉽지 않은 고전이다.

지난 주에 이 난을 통해 '리바이어던' 이 소개되면서 이 책이 언급되자 많은 독자들이 어떤 책이냐고 문의할 정도로 널리 알려진 책도 아니다.

그렇지만 하이에크는 현대 경제학에서 케인즈와 대비해 주요한 고전적 사상가로 평가받는 인물로 '예종에의 길' 은 그의 대표적인 정치적 저작이다.

하이에크가 이 책을 통해 밝히고자 하는 것은 사회주의 계획경제는 이론적으로나 실천적으로 성공할 수 없으며 결국 '노예' 의 상태에 이를 수 밖에 없다는 것이 핵심이다.

사회가 '법칙' 이나 '인과관계' 등 인공적인 질서로 파악될 수 없는 '자생적 질서' 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수많은 행위 주체들이 참여해 창조한 이같은 자생적 질서를 완벽하지는 않지만 옳은 방향으로 인도하기 위해 강조되야 하는 것이 '시장' 과 '경쟁' 이다.

'예종에의 길' 은 이같은 시장에서의 경쟁과 자유를 바탕으로 모든 계획 경제에 대한 비판을 시도한 정치적 저술이다.

이 저서의 내용은 현재 세계화와 국경을 넘어선 경쟁, 그리고 이에 걸맞는 새로운 국가의 역할 등이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출제교수 자신도 큰 관심을 가질만한 주제를 담고있다.

국가에 의한 계획이냐 시장에서의 경쟁이냐 같은 쟁점이 우선 논제에 포함될 수있다.

또 계획경제는 각종 사회현상을 과학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하는데 비해 하이예크는 다양한 주체들이 참여하기 때문에 과학적 파악이 불가능하다는 주장을 이책에 담고있어 흥미로운 문제가 될 수있다.

이밖에 과연 인간이 경쟁에 적합한 본성을 지녔느냐를 둘러싼 논쟁도 출제범위에 포함될 수 있다.

김창호 학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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