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렇게 부농됐다]2.꽃재배로 일어선 최진식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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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경남밀양시부북면월산리에서 화훼.고추 등을 키우고 있는 최진식 (崔振植.45) 씨는 '농부 최진식' 이라고 적힌 명함을 갖고 다닌다.그만큼 '프로 농업인' 으로서의 자부심이 대단한 것이다.

그는 지난해 5천여만원의 순수익을 올려 웬만한 직장인의 수입을 뛰어넘었다.귀농 2년 만에 올린 놀라운 성과였다.崔씨는 3년 전만 해도 전문건설업체 사장님이었다.

84년부터 서울에서 연 매출 6억~7억원을 올리는 미장.방수업체를 경영했던 그가 농촌에 정착한 계기는 회사의 갑작스런 부도. 부도후 몇 달 간의 방황 끝에 부모님이 물려준 논.밭 6천여평이 있는 고향 밀양에 돌아가기로 결심했다.

우선 그는 농촌진흥기금과 친척들로부터 빌려 마련한 5천여만원으로 영농을 시작했다.하지만 단순한 논.밭 농사로는 고소득을 올릴 수 없어 적당한 작목을 찾아 나섰다.

'농민신문' 기사와 KBS의 '농업도 경영이다' 프로그램에서 소개하는 우수농가 1백여 곳을 4개월여 동안 발이 불어터질 정도로 돌았다.

그래서 경기도김포 한 농장에서 찾아낸 것이 결혼식 부케용으로 많이 사용되는 '신비디움' .국내 재배농이 손에 꼽을 정도로 적어 전체 소비량의 90%를 수입하고 있다.물론 가격도 한 송이에 1천원을 호가할 정도로 고가 (高價) . 이 농장 주인은 2개월여 동안 머슴처럼 일하는 崔씨의 모습에 감명받아 "자식처럼 잘 키워 달라" 는 부탁과 함께 8백분 (盆) 을 분양해 주었다.

2백여평의 비닐하우스에서 정성껏 키운 덕분에 일년여만에 분이 2천여 개로 늘어났고 그만큼 수입도 증가했다.그는 화훼에서 거둔 성공을 바탕으로 올해부터 새송이.팽이 버섯 재배에 도전했다.초기에 시간과 자본만 집중 투입하면 손이 크게 안 간다고 보고 마을주민들과 함께 버섯 영농법인을 설립해 도청으로부터 5억6천여만원의 지원금을 받아냈다.

밀양 = 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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