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알뜰시장'에서 배운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토요 알뜰시장' 이 열렸다.11일 서울 송파구 탄천 둔치에 중앙일보가 8개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연 국내 최대 주말 벼룩시장이다.첫날 50만 인파가 몰려 알뜰정신을 배우는 새로운 문화현상으로 부상했다.

토요 알뜰시장의 기본 취지는 IMF관리체제 극복을 위한 '아나바다' 운동의 확산에 있다.아끼고 나누고 바꾸고 다시 쓰면서 자원재활용의 알뜰정신과 나눔의 공동체정신을 확산하자는 운동이다.수십만 시민들이 참여해 중고물품을 싼 값에 판매하고 교환.수리도 했다.

많은 외국인들이 몰려들어 새로운 관광명소로 떠올랐다.벼룩시장이란 외국에선 이미 오래전 생활화된 장터다.파리의 생우앙, 뉴욕의 맨해튼, 러시아의 이즈마일로브 등 세계적 벼룩시장은 손꼽히는 관광명소이기도 하다.

많은 시민들이 적극 참여한 데는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다.순수한 의미의 시장기능이다.싼 값에 필요한 물건을 사거나 팔 수 있다.실제로 부도난 중소업체와 실직자들이 현장에 물품을 들고와 짭짤한 수입을 올리기도 했다.

이런 시장체험 속에서 저절로 물건을 아끼고 버리지 않는 근검절약의 정신을 배우고 실천한다.이 실천은 곧 환경운동과도 직결된다.버리는 음식물 찌꺼기와 쓰레기가 산하를 뒤덮는 현실을 극복하는 유효한 방법이 여기에 있다는 사실을 참가한 시민과 자녀들은 이 시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알뜰시장은 자원봉사의 현장이기도 하다.참여의 기회고 교육의 현장이다.수천여명의 학생과 시민들이 자원봉사로 참여했다.오후5시 파장 무렵 개인판매코너 참가자들과 자원봉사자들은 더럽혀진 장터를 깨끗이 청소하고 돌아감으로써 높은 시민의식을 과시했다.

토요 알뜰시장은 반짝 쇼로 끝나는 이벤트 사업이 아니다.시범기간을 거쳐 상설화되는 주말장터다.운영수익금은 서울시에 기증, 전액 실직자 구제사업으로 활용할 계획이다.알뜰정신과 봉사정신, 그리고 시민정신을 함께 실천하고 가르치는 교육현장으로 거듭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