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은 남자배구 도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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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 유관순체육관 독점사용을 놓고 벌이던 신경전에서 천안시가 남자프로배구 현대캐피탈의 손을 들어줬다. 천안시는 최근 국민은행(KB) 여자프로농구단과 현대캐피탈 남자배구단의 유관순체육관 독점사용 문제와 관련, 배구단이 지역연고로 하는 것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배구단이 유관순체유관을 독점 사용할 수 있도록 사실상 허용한 것이다. 이 같은 천안시의 입장은 KB 여자농구팀에게 스스로 천안에서 떠나주기를 직접적으로 통보한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2001년 경기도 성남에서 연고지를 천안으로 이전한 KB 농구팀은 2005년 추가로 연고지 계약을 맺은 현대배구단에 사실상 홈 구장을 빼앗기는 신세로 전락했다.

천안시는 최근 KB 여자농구단에 ‘10월부터 시작되는 2009~2010년 시즌부터 유관순체육관을 사용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이어 여자농구연맹에도 ‘KB농구단 측에 보낸 공문을 참고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천안시의 이 같은 결정은 여자프로농구와 남자프로배구의 경기시즌이 겹치면서 두 구단이 유관순체육관을 공동으로 사용이 어렵다는 판단, 관중이 많은 프로배구를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시즌(2008년 10월∼2009년 3월) 관중 수는 현대배구단이 7만2163명, KB농구단이 9832명으로 배구가 농구보다 관중 수가 7배 이상 많았다.

천안시는 이를 토대로 이미 지난해 말 ‘2009시즌부터 현대배구단이 유관순체육관을 단독 대관한다’는 내용으로 협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KB농구단에는 홈 경기장소로 유관순체육관 대신 남서울대 체육관을 사용하도록 전달했다.

천안시는 남서울대 체육관의 관중 수용규모가 2500명으로 여자농구단 관중 수(지난 시즌 게임평균 517명)를 소화하기에 충분할 것으로 보고 있다. KB 측은 그러나 ‘남서울대체육관이 대회진행이 여의치 못할 수도 있다’며 여자프로농구연맹(WKBL)이 승인을 내주지 않자 유관순체육관의 공동사용을 요구해 왔다.

시 관계자는 “KB농구단이 남서울대 체육관 사용을 거부해 곤혹스럽다”며 “유관순체육관 사용불가는 이미 결정돼 통보된 사안으로 국민은행이 양해해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남서울대 체육관이 농구경기를 치르기 위해 3억원 가량의 시설개선비용이 들어가는 데 이는 국민은행이 감당하기에 무리가 없는 금액”이라며 “남서울대 체육관을 사용할 의사가 있다면 시에서 일부를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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