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마을회관서 오붓한 농촌 추억을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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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오후 충남 공주시 정안면 산성리. 34가구(60여명)가 밤을 생산하는 등 농사로 생계를 잇는 농촌마을이다. 이곳 마을 한쪽에는 통나무집 팬션 형태(1층·112㎡)의 마을회관이 눈에 띈다. 지난해 7월 새로 지은 마을회관이다.

통나무집 팬션 형태의 마을회관을 지어 체험마을을 운영, 돈을 버는 공주시 정안면 산성리 주민들이 손을 흔들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충남대 법학과 명예교수인 배상오(77·대전시 유성구 노은동)씨 가족 10여명은 이날 마을회관에서 숙박했다. 배씨 가족은 이곳에서 하루밤 머물면서 고사리·쑥 등 나물을 캐고 서바이벌 게임도 했다. 밥은 마을회관에서 직접 해 먹었다. 주말이 되면 이 마을 회관은 늘 도시인들로 북적인다.

주민들은 1박에 30만원(112㎡기준)을 받고 마을회관을 숙박장소로 제공하고 있다. 또 ▶알밤줍기▶두부만들기▶나물캐기 등 다양한 체험행사도 마련, 도시인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체험프로그램은 마을회관 주민들이 공동으로 운영한다. 지난해 7월부터 6개월간 800여명의 도시인을 유치, 1000여만원의 수입을 올렸다. 수익금은 마을 공동 기금으로 쓴다.

배씨는 “한적한 시골에서 농촌체험도 하며 가족끼리 오붓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이곳을 찾았다”며 “마을회관도 깨끗하고 오염되지 않은 농촌생활을 만끽할 수 있어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이 곳 마을회관은 공주시가 지난해부터 본격 추진중인 ‘5도(都) 2촌(村)’사업의 핵심 거점이다. ‘5도2촌 사업’은 도시인들이 5일은 도시에서 지내고 주말과 휴일 이틀은 농촌생활을 즐기도록 하자는 것이다. 공주지역 26개 마을에서 추진하는 ‘5도2촌 사업’에는 지난해 3만8000여명이 찾았다. 이들 마을은 관광객에게 23억6300만원어치의 농산물을 팔고, 체험프로그램 운영으로 1억5000여만원을 벌었다.

공주시는 이 사업 활성화를 위해 지난해 17억3600만원을 들여 의당면 증흥 1리 등 마을회관 8곳과 계룡면 기산1리 등 경로당 4곳을 새로 지었다. 주민들은 마을회관을 팬션으로 활용, 농촌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정안면 북계리 엄주환(80)노인회장은 “평일에는 주민들이 이용하고, 주말에는 도시인에게 양보한다”며 “많은 도시민이 노인회관을 이용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을회관과 경로당은 홍익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들에게 의뢰, 각기 다른 형태로 건축했다. 통나무집 형태도 있고 천장에 대형 유리를 설치해 밤에 별을 감상할 수 있게 한 곳도 있다. 이준원 공주시장은 “지역 특성과 주민 활용도, 도시민 이용률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한곳당 건립비용은 1억2000여만원으로 기존 마을회관에 비해 2배 정도 많이 들었다.

계룡면 기산1리 이장 오유환(49)씨는 “최신식 마을회관이 들어선 만큼 올해 여름부터 농작물 수확체험 등을 마련, 본격적으로 관광객을 유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는 올해 8곳의 마을회관과 경로당(사업비 10억7000여만원)을 추가로 지을 계획이다. 

김방현 기자 , 사진=프리랜서 김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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