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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하는 투자가 성공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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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성현의 말씀 중에 ‘임갈굴정(臨渴掘井)’이라는 말이 있다.
목이 말라서야 우물을 판다는 의미로 준비 없이 일을 당하여 허둥지둥하고 애를 쓴다는 것이다.

이 고사성어와 함께 전해 내려오는 의미로서
‘대저 물에 빠진 사람은 본래 주의하지 않아서 실족하게 된 것이요, 길을 잃은 사람은 결국 처음에 방향감각을 잃은 탓이다. 예를 들어 국가에 갑작스런 병난을 당해서야 급히 병기를 만든다든가, 음식을 먹다가 목이 막혀서 죽을 지경에 이르러 우물을 파서 물을 가져오게 한들 제아무리 가장 빠른 방법으로 한다고 하여도 이미 때는 늦은 것이다’라고 하였다.

우리가 투자를 할 때에도 마찬가지 모습을 볼 수 있다.평소에 전혀 관심도 없고 각종 기사나 인터넷 정보를 예사로 보다가 막상 내가 필요할 때쯤 되면 급하게 찾아보고 허둥대면서 어떻게 투자를 하고 어떻게 여유자금을 굴려야 할 지 감을 못 잡는다.

중국펀드가 좋다고 말은 많이 들었지만 실제로 시중의 은행이나 증권회사에서 가입이 가능한 중국펀드가 100여 개가 넘는다는 사실을 처음 알고 그 많은 중국펀드 중에서도 어떤 것으로 가입해야 할지 난감해 하는 투자자가 있었고 막연하게 청약통장을 가지고는 있었지만 막상 1순위가 되고 청약을 해야 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느 지역에 청약을 해야 하는지 전혀 판단을 못하고 해당 지역의 분양가가 도대체 적당한 수준인지, 혹은 중도금 납부나 대출에 대한 부분도 금시초문이라는 표정을 짓는 투자자가 허다하다.

당장은 나와 관련이 없으니까 그냥 넘기다가 나중에 필요할 때 다시 찾아보면 되겠지 라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생활하다가는 정작 필요한 시기에 남들보다 투자시기를 놓치거나 판단을 잘못해서 수익은커녕 손해를 보는 실패투자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

차라리 ‘투자’나 ‘부자되기’에 대한 시험이 있었으면 좋겠다.그렇다면 언제 시험을 보고 어느 교재에서 시험문제가 나오니 그 교재나 문제집만 밤을 세워서라도 독파하고 준비하면 되지 않겠는가?

그런데 현실의 세계에서는 이러한 시험도 존재하지 않고 있고 시험기간은 아예 없다.
평생 우리의 일상생활 자체가 ‘투자’시험 기간의 연속인 것이다.

자녀들에게는 예습과 복습을 철저히 하고 ‘벼락치기’로 공부하지 말라고 늘 얘기하지만 정작 부모의 입장에서 자신들은 평소에 전혀 준비를 안하고 있는 것이다.

어느 장소 어느 대상자를 두고 강의를 하더라도 어제날짜 종합주가지수를 알고 있는지 물어보며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내가 사는 아파트가 정확하게 몇 세대인지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

미국의 금리가 인하되고 중국의 위안화의 가치가 올라가면 우리나라에는 어떤 영향이 있는지를 예상하고 있는 사람이 거의 없다.이런 평소의 준비가 쌓여서 비로서 투자의 무기가 되는 것이고 토대가 되는 것이다.

올해 나이가 62세인 김현수(가명)씨는 종종 걸음으로 강남 인근의 대형 강연회장을 찾아갔다.
마침 오늘 세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의 세계 및 국내 경제에 대해서 강연회가 열리기 때문이다.
한 달에 보통 이런 대형 강연회를 2~3군데 이상 찾아 다니는 김현수씨의 취미는 ‘투자’이다.
그리고 그 취미를 위해서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이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고 서예를 좋아하는 사람이 연습을 하고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 영화잡지를 사서 보듯이 투자를 좋아하기 때문에 투자 강연회를 당연히 들어야 하지 않느냐고 새삼스러울 것이 없다는 투로 얘기한다.

몇 년 전에 모 경제신문사와 증권회사가 함께 투자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것이 기억난다.
그 결과 중에서 ‘저축과 투자를 가로막는 요인’이라는 질문에 33.6%가 투자정보 부족을 꼽았고 21.2%가 교육비 지출부담,18.5%가 일반 소비지출,15.8%가 불안정한 소득을 꼽았다.

아울러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부담이라는 항목이 그 뒤를 이었는데 투자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첫 번째가 투자정보 부족을 꼽았다는 것에 아이러니가 느껴진다.그 33.6%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번 물어보고 싶다.

1. 당신은 오늘 우리나라 종합주지수가 얼마인지 아십니까?
2. 당신은 당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시청과 구청 홈페이지를 한번이라도 들어가 봤습니까?
3. 재테크 세미나나 강연회를 한번이라도 가본 적이 있습니까?
4. 백화점 문화센터나 기타 기관 등에서 진행하는 재테크 교육과정을 참가해본 적이 있습니까?
5. 가계부를 쓰거나 평소 본인의 수입과 지출에 대해서 주기적으로 결산을 하고 향후 지출예상을 하십니까?
6. 당신은 신문 스크랩을 하시거나 안 하시더라도 투자관련 좋은 기사는 따로 챙겨 놓습니까?

이 여섯 가지 질문 중에서 적어도 세 가지 이상 그렇게 하고 있다는 답변을 못한다면 본인 스스로가 저축과 투자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투자정보 부족을 꼽으면 안될 것이다.

스스로가 정보를 얻으려고 하는 노력이나 준비를 안 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준비하는 자만이 성공하고 목표를 달성한다고 했다.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 다고 했다.과연 내가 지금 얼마나 준비하고 있고 스스로 돕고 있는지는 나 자신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앞으로는 적어도 위의 질문에 세 가지 이상 ‘네’라고 답변할 수 있는 준비하는 투자자가 되도록 하자.

서기수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