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디플레이션]부동산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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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앞으로 부동산 가격은 과연 어떻게 될것인가.

내집한채가 전재산이다시피한 서민들은 물론 기업과 이들을 담보로 잡은 금융기관들도 모두 부동산시장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부동산가격의 계속적인 하락은 자산가치하락에 따른 가계의 소비위축은 물론 기업 구조조정의 애로, 금융부실의 심화등 그 정도에 따라 경제에 미칠 파장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사실 부동산값은 엄청나게 떨어졌다.

아파트의 경우 분당 시범현대 70평형이 지난해 하반기 6억5천만원에서 요즘은 5억원선으로 1억5천만원이나 떨어졌고 2억1천만원을 호가하던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31평형은 1억5천만원으로 하락하는등 서민의 재산목록 1호인 집 값이 몇달새 20~30%씩 떨어졌다.

임대료 급락으로 대출이자를 못내 경매위기에 몰린 빌딩들이 수두룩하고 분양이 안돼 멀쩡한 관리비만 무는 상가도 즐비하다.

오피스텔 투자자들도 세입자를 못구해 애를 태우고 있다.

그렇지만 이견도 있으나 현재까지의 부동산가격 하락폭으로만 보면 아직은 일본같은 복합불황을 걱정할 정도는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지금까지 부동산 값은 평균 30%정도 떨어졌는데 반해 금융기관들이 잡은 담보가액은 시가의 50~60% 수준이라 조금 여유가 있다는 것. 일본 금융기관들은 시가보다 20%정도 더 대출을 해줬다.

문제는 앞으로의 상황이 낙관적이지 않다는 데 있다.

가격이 계속 떨어진다면 사정이 달라지는데, 불행히도 하락 추세가 한동안은 지속될 것이란게 공통된 견해다.

당장 경기를 되살릴만한 요인은 없는 반면 실업사태가 본격화되면서 집을 내놓는 사람은 늘어날 전망이기 때문이다.

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사장은 "올들어 서울.신도시 아파트값이 지난해말보다 20~30% 하락했는데도 불구하고 거래가 거의 없다" 면서 "앞으로 더 떨어질 것" 이라고 내다봤다.

더욱 골치는 토지.건물등 덩치 큰 부동산. 기업 구조조정과 부도 등으로 나온 매물만도 20조원 안팎으로 추산될 정도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이 눈독을 들이는 일부 목좋은 빌딩외에는 거의 매매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나마도 우리경제가 구조조정에 실패할 경우 가격 하락은 더욱 심각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따라서 최악의 사태를 막기위해서는 우선 취득세.등록세.양도소득세등 거래세는 낮추는 등의 대책이 서둘러 나와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정희남 (鄭希男) 국토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주택.토지저당채권 제도를 빨리 시행하고 개발후 이익금을 배당하는 이른바 부동산투자신탁 (REIT) 제도나 토지상환채권제 도입도 검토해볼 만 하다" 고 말했다.

최영진.손용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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