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총리-유승민 의원 재벌정책 놓고 설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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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나라당이 대선자금을 수수한 일이 있지 않으냐. 돈을 주고받은 게 아니라 정책을 주고받는 게 뭐가 그리 나쁜가."(이해찬 총리)

"그 부분은 죄송하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은 안 받았느냐. 왜 한나라당만 얘기하느냐."(유승민 의원)

이해찬 총리와 한나라당 유승민 의원. 이 총리는 여권의 소문난 전략기획통이다. 유 의원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핵심 브레인이었다. 이런 둘이 13일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언성을 높였다. 노무현 대통령과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이 각각 재벌 총수들과 회동을 한 것에 대해서다.

▶유 의원=재벌 총수를 청와대로 부르는 게 투자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나.

▶이 총리=기업집단 회장들에게 정부 정책을 설명해 투자토록 하는 게 대통령으로선 당연한 일이다.

▶유 의원=대선자금 수사로 겁을 집어먹은 총수들을 불러모은 것은 5공 때보다 심한 것 아니냐.

▶이 총리=참여정부에서 경영자들에게 겁을 주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둘의 대치는 강철규 위원장과 재벌 총수의 만남 문제를 두고 정점으로 치달았다. 유 의원은 "공정위가 평소 얼마나 게으르고 무식했으면 (총수들을) 호텔에서 만나야 현실을 이해하게 되었다고 말을 하느냐"고 꼬집자, 이 총리는 "유 의원의 말을 들으니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며 "여야를 떠나 정책 책임자들이 현장을 방문하고 기업 책임자와 대화도 해야 한다"고 맞섰다. 이에 대해 유 의원이 "선진국에선 공정거래위원장이 감히 재벌 총수들을 만날 생각도 못 한다"고 하자, 이 총리가 재벌 기업에서 한나라당이 대선 자금을 수수한 것을 거론하며 직격탄을 날렸다. 유 의원이 '죄송하다'고 한 것은 이 대목에서였다.

둘은 수도 이전 문제를 두고도 일합을 겨뤘다. 이 총리가 "박근혜 대표의 사과 한마디로 법을 무효화하려 한다"고 한나라당 질문자를 비판한 것에 대해, 유 의원이 "국회의원으로서 당연히 물을 수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총리는 "(의원으로서) 주장할 순 있다"고 한발 뺐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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