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한국-일본전 이모저모]빗속 뜨거운 황호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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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3.1절 패배이후 꼭 한달만에 서울에서 벌어진 한.일전에서 한국팀이 2 - 1로 승리하자 6만여명의 경기장 관중과 가정.거리에서 TV를 지켜보던 시민들은 일제히 환호. 대형 전광판이 설치된 서울 광화문네거리 등에는 비가 내리는 가운데 3백여명의 시민들이 버스를 기다리며 경기를 지켜보았고 골이 터지는 순간에는 지나던 일부 차량들이 경적을 울려 기쁨을 함께 했다.

○…2천여명의 '붉은 악마' 응원단은 경기가 끝난 뒤에도 고스란히 스탠드에 남아 태극기를 흔들고 애국가를 합창하며 한.일전 승리의 여운을 즐겼다.

또 응원단 일부는 농악대를 이끌고 경기장 밖에 나가 시민들과 함께 차가운 비속에서도 "이겼다, 이겼다!" 를 외치며 흥겨운 춤과 함께 즉흥 농악 한마당을 펼쳐 통쾌한 한.일전 승리의 기쁨을 만끽. 한국의 '붉은 악마' 회원들과 2천여명의 일본 '울트라 닛폰' 응원단은 온종일 내리는 비에도 경기시작 1시간전부터 몰려들어 뜨거운 응원전을 전개했다.

○…이날 경기에서는 골포스트를 맞고 나온 볼이 모두 3개. 이중 한국이 1개, 일본이 2개. 한국은 전반 31분 홍명보가 오른발 아웃사이드킥으로 절묘하게 찔러준 볼을 최용수가 슈팅을 날렸으나 왼쪽 골포스트를 맞고 튕겨 나왔다.

반면 일본은 후반 17분 소마의 슈팅이 골포스트를 튀어 나왔고 후반 32분에는 야마구치의 슈팅이 역시 골포스트를 맞고 나와 "골포스트를 많이 맞힌 팀이 진다" 는 축구판의 속설을 입증. 귀빈석까지 빗물 흥건 ○…한.일전이 열린 잠실주경기장은 새벽부터 내린 비로 그라운드는 물론 귀빈석까지도 물이 흥건해 모처럼 빅게임을 보러나온 관중들의 불편이 대단. 특히 관중석은 사전 관리가 잘 안 돼 시커먼 때가 끼인 채 방치돼 관중들이 일일이 의자를 닦으랴, 신문이나 비닐봉지로 임시방석을 만들랴 분주한 모습. ○…이날 잠실주경기장의 그라운드가 초록색을 띠어 마치 잔디가 살아오르는듯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이처럼 초록색으로 변한 것은 당초 누렇게 말라 새순이 돋아나지 않은 잔디 위에 유성 페인트를 칠했기 때문. 한 관계자는 "이번 경기가 세계 20개국에 위성중계되기 때문에 파릇한 사철잔디를 연출하기 위해 페인트를 뿌렸다" 고 설명.

○…잠실주경기장에는 국내외 보도진 8백여명이 몰려 한.일전이 국제적인 관심거리임을 입증. 대한축구협회가 집계한 결과 이날 경기에는 국내에서는 3백53명의 보도진이 취재 신청서를 제출했으며 일본에서는 2백59명의 기자들이 원정취재. AP통신과 신화통신 등 외신기자들도 40여명이나 입장, 내외신의 뜨거운 관심을 반영. 가모 前감독 해설가로 …월드컵축구 아시아최종예선 도중 성적 부진으로 사령탑에서 물러났던 가모 슈 전일본대표팀 감독이 TV해설가로 이날 한.일전을 관전. 가모 전감독은 일본대표팀이 한국에 들어온 지난달 30일 NHK - TV 중계팀과 함께 입국했는데 이날 경기장에서 몇몇 한국 기자들이 인터뷰를 요청하자 완곡하게 거절.

○…김종필 국무총리서리는 이날 VIP석 한가운데에서 정몽준 대한축구협회장.신낙균 문화관광부장관과 나란히 앉아 경기를 관람. 경기전 시축을 위해 신었던 운동화를 구두로 갈아신은 김총리서리는 시종 만면에 웃음을 띤 채 정회장 등과 2002월드컵 개최 등 축구 이야기를 나눴고 뒤늦게 경기장에 도착한 박태준 자민련총재와 인사를 나눈 뒤 간간이 말을 건네기도 했다.

김상국·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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