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가 불황탈출 아이디어 백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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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불경기는 극장가도 마찬가지. 할인제, 심야상영, 이벤트 등 관객을 끌려는 아이디어들이 볼 만하다. 프랑스영화 '웨스턴' 이 상영됐던 서울 종로의 코아아트홀과 신촌의 이화예술극장은 수요일 오후만 되면 여성관객들로 붐볐다.

여차하면 매진딱지가 붙기도 일쑤. 6천원하는 입장권이 수요일엔 3천원으로 할인됐기 때문이다.

여성관객에 한해서지만 두장을 사서 같이 온 남자친구에게 주어도 상관이 없다.만원이면 영화를 보고 난 뒤 조촐한 분식이나 커피 한 잔으로 분위기까지 낼 수 있는 것이다.

코아아트홀의 경우 수요일 입장관객수는 약 6백명. 주말을 제외한 다른 요일에 비해 2배이상 많은 숫자였다.

특정요일 할인제도는 유럽등지에서는 이미 보편화된 방식. 경기불황으로 극장을 찾는 관객수가 줄자 '웨스턴' 의 수입사 미라신코리아가 아이디어를 내 한국에도 도입했던 것이다. 영화사뿐 아니라 극장들도 관객확보를 위해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강남에 있는 '시네마천국' 에서는 영화와 관련된 조형물들을 전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오는 4일부터 내달 6일까지 전시될 조형물들은 '디어 헌터' '아마데우스' '패왕별희' 등 디자인학원 졸업생들의 작품으로 채워진다.극장측에서는 이후에도 새로운 테마를 개발해 관객들의 관심을 끈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심야상영도 관객유인책으로 자리 잡았다.

사당동에 있는 '씨네맥스' 는 매주 토요일마다 두편의 영화를 선정, 자정부터 새벽까지 상영하고 있다.'떼시스' '프라이트너' '크로노스' 등 비교적 수준있는 작품을 상영해 젊은이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관람료도 두편에 7천원으로 싼 편. 4백석 규모의 극장이 절반이상은 채워진다는 게 극장측 설명이다.

사실 최근의 '심야상영' 붐을 이끈 것은 덴마크의 라스 폰 트리에감독이 만든 의학스릴러 '킹덤' 이었다.

4시간40분에 달하는 긴 상영시간을 가진 이 영화는 당초의 예상을 뒤엎고, 심야에 젊은이들이 몰리면서 전국에서 10만명이상의 관객을 끌어들였다.

심야상영이 젊은이들의 새로운 풍속도로 자리잡자 영화제에서도 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지난달 열린 제2회 서울독립영화제에서 관객들의 호응이 높았던 일본영화를 심야상영한 데 이어 9월24일부터 10월1일까지 열리는 제3회 부산영화제에서도 심야상영 회수를 크게 늘릴 방침이다.

그동안엔 개.폐막일에 맞춰 2차례 야외심야상영만 해 왔으나 올해엔 일반극장으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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