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사흘째 미사일 쏴 핵실험 탐지 방해하며 무력시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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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지난 25일 핵실험에 이어 미사일까지 무더기로 발사하고 있어 우리 군을 비롯한 주변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북한이 핵실험 이후 지금까지 발사한 미사일은 5발이며 모두 동해로 쏘았다. 핵실험을 실시한 당일인 25일엔 대공 미사일 2발을 함경남도 원산에서 발사했다. 26일에는 함남 함흥에서 3발을 쏘았다. 지대공 미사일 1발에 지대함 미사일이 2발이었다. 27일에도 서해안에서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려는 징후가 포착됐다.

북한이 연 사흘에 걸쳐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은 다목적으로 분석된다. 1차적인 노림수는 북한의 핵실험 결과를 확인하려는 한국과 미국 등의 탐지활동을 방해하는 것이다. 미 공군의 특수정찰기인 WC-135C는 오키나와 가데나 공군기지에서 동해로 날아와 북한 핵실험 때 발생돼 대기에 확산된 크세톤(Xe-135)과 크립톤(Kr-85), 세슘(Cs-137) 등 방사능 물질을 수집한다. 이 물질들을 분석하면 핵실험의 성공 여부는 물론, 핵무기 종류와 핵물질의 이력까지 알 수 있다. 또 한·미 당국은 해군 함정을 활용해 동해에서 핵실험 방사능 물질을 수집하고 있는 것으로 한 군 관계자는 전했다. 특히 북서풍이 불어오면 수집이 더 쉽다.

북한이 발사한 지대공 미사일과 지대함 미사일은 사정거리가 200㎞ 이하로 단거리다. 하지만 함정과 항공기에 대해서는 위력적일 수밖에 없다. 이번에 발사된 신형 지대공 미사일은 사정거리가 130㎞로 지대공 미사일로서는 장거리급에 속한다. WC-135C가 이 지대공 미사일의 사정거리를 벗어나면 그만큼 공기 중에서 방사능 물질의 수집이 어려워진다. 또 지대함 미사일도 사정거리가 160㎞로 속초 부근까지 닿아 해군 함정의 탐지 활동을 방해할 수 있다.

북한의 다른 목적은 이번 기회에 미사일을 한꺼번에 시험해보는 것이다. 북한은 2006년 7월에도 7발의 미사일을 한 번에 발사했다. 27일에 미사일을 서해로 발사 준비하고 있는 것은 전날 우리 정부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참여 결정에 대한 무력시위로도 해석된다.

◆북, 영변 재처리시설 가동=북한이 지난달 중순 이후 영변의 핵 재처리 시설을 재가동하기 시작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외교소식통이 27일 말했다. 이 소식통은 “북한이 4월 14일 핵연료를 재처리한다고 발표한 직후 재처리에 필요한 증기 생산공장에서 연기가 나는 게 관찰됐고, 핵연료봉 생산공장에서도 이달 들어 계속 증기가 관찰되는 등 핵 재처리 시설 가동에 착수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게 정보당국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4월 중순 이후 영변 5㎿ 원자로에 있는 폐연료봉 저장고의 출입문이 여러 차례 열렸고, 5월 중순에는 영변의 핵연료 가공공장 주변에서 화학물질 운반 차량이 발견됐다”며 “재처리에 필요한 화학물질·질산을 운반한 차량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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