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제품기능도 '합병'바람…정장같은 캐주얼·외출복같은 속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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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제품에도 구조조정 합병이 유행이다.

상식을 깨고 이질적인 스타일과 기능.맛 등을 하나로 합친 이른바 '합병' 상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합병 바람은 의류.가방.가전제품.과자.아이스크림.화장품.음식.음악 등 전분야로 급속히 확산되는 추세다.

스포츠 요소를 가미한 '스포츠 룩' 패션과 재킷에 캐주얼풍 모자를 붙인 '후드 재킷' 이 시스템.GV2.CC클럽 등 의류업체들에 의해 선보여 신세대들 사이에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모자를 떼면 정장이 되고, 모자를 붙이면 캐주얼로 입을 수 있어 격식과 편안함을 혼합한 개념이다.

얼른 보면 영락없는 속옷인데도 티셔츠나 재킷을 걸치면 슈퍼마켓에 갈 때 가벼운 외출복으로 대신할 수 있는 '원마일' 속옷도 임프레션.비비안이 만들어 히트하고 있다.

가방업체들은 카트를 분리하면 배낭으로 사용할 수 있는 여행가방 카트백을 선보였다.

그레이스백화점 영플라자 바이어 조광현 (趙光現) 대리는 "제품을 구입할 때 디자인이나 브랜드보다 다양한 기능을 기준으로 삼는 고객이 부쩍 늘고 있다" 며 "기업들도 여기에 맞춰 기능을 통폐합한 제품을 많이 만들고 있다" 고 말했다.

한불화장품의 최고 히트작인 '바센 팩트' 는 파운데이션과 파우더를 하나로 합쳤고 무스와 스프레이를 '합병' 한 무스레이, 샴푸와 린스를 합친 랑데부.하나로.투웨이 샴푸도 같은 개념에 속한다.

가전제품에서는 TV와 비디오를 합친 삼성전자 비디오비전이 인기몰이에 나섰고 일본에서는 냉장고와 컴퓨터가 한 제품으로 나왔을 정도다.

쿠키와 아이스크림을 합친 빙그레 쿠앤크 콘은 다소 이질적인 성분을 합쳐 히트했으며 초콜릿.비스킷을 결합한 롯데 칙촉.해태 칩스칩스도 과자시장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외식업계에도 합병바람이 불고 있다.

일식집 와사비 비스트로는 일식을 이탈리아식으로 조리한다.

일본풍 와사비에다 서양식 나이트클럽을 뜻하는 비스트로를 붙인 이름 자체가 이색적이다.

여기에서는 생선회를 마요네즈에 찍어먹고 '데리야키' 음식을 치즈.마요네즈와 섞어 주는가 하면 치즈 케이크와 고구마를 섞어 먹기도 한다.

이런 합병바람은 원래 음악에서 왔다.

재즈와 클래식을 접목한 '퓨전 (Fusion)' 음악이 신세대들에게 새 장르로 파고 들면서 랩메탈.펑크록.하드코어 등 퓨전음악이 속속 등장해 음악판도를 뒤바꿔 놓았던 것. 신세대들의 이러한 취향에 착안한 기업들이 여기에 맞춰 퓨전개념을 마케팅에 도입, 제품 기능.특성의 합병이 붐을 이룬 것이다.

이종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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