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통령 '보은 외교'…比 아키노 전대통령·미얀마 수지여사 돕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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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새 정부가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이 민주화투쟁시절 교분을 맺어왔던 필리핀의 코라손 아키노 전 대통령, 미얀마의 아웅산 수지 여사에게 잇따른 '보은 (報恩) 외교' 를 펼쳐 주목받고 있다.

외교통상부는 지난 24일 국제노동기구 (ILO) 사무총장 선거에서 후보로 나왔던 칠레의 소마비아 유엔대사와 필리핀의 콘페소르 여사중 '질 것이 뻔했던' 콘페소르 여사를 밀었다.

예상대로 44대12의 큰 차이로 필리핀후보가 졌다.

외교통상부는 미국이 일찍이 칠레쪽을 민 데다, ILO사무총장의 노동계에 대한 막강한 영향력을 의식해 칠레쪽에 줄을 섰다.

그러나 지난달 대통령취임식에 참석했던 아키노 여사가 金대통령에게 "아시아권의 필리핀후보를 밀어달라" 고 간곡히 요청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청와대 의중에 따라 외교통상부도 필리핀 후보를 밀기로 선회한 것. 실리보다 두 민주 지도자간의 우정과 의리를 택한 셈이다.

필리핀은 황장엽 (黃長燁) 전북한 노동당비서 망명 당시 중간체류지를 제공하는 등 한국을 도왔던 '명분' 도 강조해왔었다.

반면 우리 정부는 칠레측에 김대중 - 아키노의 연 (緣) 을 설명, 양해를 구하며 당선돼도 불이익이 없도록 공을 들였다는 후문. 金대통령은 또 민주화기수인 수지 여사의 존재를 고려, 미얀마의 인권문제에 관한 유엔 규탄결의안에는 찬성표를 던질 것을 최근 외교통상부에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간 우리 정부는 양국관계를 고려, 미얀마 인권문제가 불거지면 줄곧 기권했다.

金대통령은 그간 자신이 창설한 아태재단의 민주지도자회의 회원인 수지 여사에게 직간접 지원을 아끼지 않았었다.

김상우 (金翔宇.국민회의) 의원을 미얀마에 보내 관심을 표명하기도 했으나 미얀마 정부에 의해 입국이 봉쇄된 일까지 있다.

金대통령은 다음달 2일 유엔의 4대 인권지도자 화상메시지 행사에서도 군사정부에 맞서 싸우는 수지 여사에 대한 지원의사를 표명할 예정이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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