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수주 실속챙기기…우량기업에 대해선 서비스 강화 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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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국제통화기금 (IMF) 한파에 직격탄을 맞은 광고업계가 생존을 위한 변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각 기업들의 광고가 줄어들면서 지난 달까지 대대적인 감원.임금삭감 등 군살빼기를 마무리한 광고업계는 최근 광고주를 선별하거나 서비스를 강화하는 등 종전과는 다른 방식의 영업전략을 펴고 있다.

업계는 우선 외형만을 키우기 위한 광고주 끌어 모으기에서 벗어났다.

대신 안전성과 수익성을 꼼꼼히 따져보고 실리 위주로 광고주를 선별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광고주의 부도로 인한 광고회사의 부실채권이 3월 현재 5백억여원에 이르는 실정이고 보니 '내실 우선' 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오리콤의 경우 지난달 경쟁 프리젠테이션을 거쳐 어렵게 수주한 대기업의 광고대행을 이튿날 포기했다.

광고료 지급기일이 너무 길어 실속이 없다는 게 이유였다.

이에 앞서 지급기일을 1백70일로 두배 가까이 늘려달라는 기존 광고주를 '잘라' 버렸고 부채비율이 높은 한 건설회사의 프리젠테이션 참가 요청도 거절했다.

제일기획도 힘만 들고 돈은 별로 안되는 광고주를 배제하고, 대신 우량.대형 광고주 중심으로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IMF 이전 1백60여개에 이르렀던 광고주를 현재 1백40여개로 줄였다.

한화그룹 계열의 한컴과 태평양그룹 계열의 동방기획 등은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경기가 호전될 때까지는 가급적 계열사 광고 위주로 영업을 해나기로 방침을 정했다.

반면 우량 광고주를 계속 유치하기 위한 서비스는 더욱 강화하는 추세다.

대홍기획은 올해부터 연간 2회씩 광고주 만족도 조사를 실시해 그 결과를 광고제작 등에 적극 반영키로 하고 이달 초 첫 조사에 들어갔다.

금강기획은 지난 달부터 구매 가능성이 높은 소비자를 대상으로 중점적인 마케팅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소비자 데이터베이스 마케팅서비스를 광고주에게 제공하고 있다.

오리콤은 올들어 '마이 클라이언트 (My Client) 제' 를 도입, 광고주가 요구하기 전에 발로 뛰어다니며 광고주들에게 밀착된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직원에게 주문하고 있다.

대홍기획은 소수 정예.엘리트주의를 지향하며 4월부터 연봉계약제를 실시하며, LG애드는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전 직원을 대상으로 매주 토요일 부문별 직무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밖에 오리콤이 학점이수제 방식의 직능.직급별 실무강좌를 상.하반기 각 2개월씩 진행하는 등 업계 전체에 전문화교육 바람이 불고 있다.

김남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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