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쇼트트랙왕국…중국에 정상내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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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세계쇼트트랙 판도가 바뀌고 있다.

그리고 이것은 예견된 일이었다.

한국은 23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막을 내린 세계쇼트트랙선수권대회에서 김동성 (고려대) 과 전이경 (연세대) 이 남녀 3천m에서 금메달 2개를 따냈으나 메달 합계에서는 금2.은3.동2에 그쳤다.

그러나 나가노겨울올림픽에서 노골드에 그쳤던 중국은 여자부 5개 종목중 4종목을 싹쓸이하고 남자 5백m에서도 금메달을 획득해 금5.은2.동2로 '쇼트트랙 왕국' 을 자처하던 한국을 무색케 했다.

한국은 지난 나가노올림픽에서 금메달 3개를 따내 쇼트트랙 최강국의 자존심을 지키기는 했지만 빙상 전문가들은 중국이 한국을 따라잡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지적해왔다.

한국이 옅은 선수층, 열악한 훈련시설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은 '날들이밀기' 등 코칭스태프의 끊임없는 신기술 개발과 이를 완벽히 소화해낸 대표선수들의 노련미 때문이었다.

그러나 '타도 한국' 을 목표로 내건 중국은 92알베르빌올림픽 이후 상하이에 전용경기장을 건립하는 등 쇼트트랙 경기력 향상을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양양 (A).왕춘루.양양 (S).펭카이.리자준 등 한국선수들보다 신체조건이 월등히 좋은 선수들을 속속 발굴해냈다.

레이스 중반까지 뒤처져 있다 막판 스퍼트로 역전승하는 한국의 전략은 이번 대회에서 힘좋은 중국.캐나다 선수들에게 철저히 간파당해 봉쇄됐다.

결국 한국의 임기응변식 쇼트트랙이 정통 쇼트트랙에 밀려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 늦지 않다.

처음부터 시작하는 자세로 꿈나무 발굴과 전용링크 마련 등 할 일이 많다.

80년대까지 쇼트트랙 강국으로 군림했다 소리소문없이 사라져버린 네덜란드를 기억해야 할 것이다.

빈 = 성백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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