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우리 항공사들 연200억 하늘에 뿌린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IMF한파 속에 "달러 한푼이 아쉽다" 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수백억원대의 '생돈' 을 하늘에 뿌리게 돼 가슴앓이를 하고 있다.

보잉747 한편이 뜰 때마다 국제선 평균운임으로 따지면 6백만원을 손해보고 낭비되는 연료비만 편당 70만원에 달하는 기막힌 현상이 벌어진지 벌써 넉달째. 국적항공사들이 눈에 보이는 손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국방부가 지난해 12월18일자로 성남에 있는 서울공항에 대한 국적항공사의 교체공항 사용을 "귀빈행사 및 군작전 이유로 취소한다" 고 건교부에 통보했기 때문이다.

연평균 62일간 안개가 끼는 김포공항의 기상악화 등에 대비, 서울공항을 민항기 교체공항으로 지정한 것은 지난 89년부터. 이후 양대 국적항공사는 연평균 3회 가량 서울공항을 이용해왔다.

항공기는 정상 기상 상태에서 이륙할 때에도 착륙시 비상상황을 대비해 언제나 교체공항까지 갈 수 있는 비상연료를 실어야 한다.

따라서 김포공항을 기준으로 할 때 교체공항이 서울공항이냐 제주.김해공항이냐에 따라 실어야 할 연료에 큰 차이가 난다.

추가연료 무게만큼 승객이나 화물을 못싣게 되는 것은 물론 연료효율까지 떨어지게 되는 것은 당연지사. '귀빈행사' 등을 이유로 서울공항이 폐쇄돼 국적항공사가 제주공항을 교체공항으로 지정할 때 생기는 적자요인 (대형기 국제선 기준) 은 ▶좌석손실 24만9천여석▶연료손실액 52억여원 등 최소한 2백억원대 이상이라는 게 건교부와 업계의 추산이다.

게다가 실제로 회항을 하게 되면 적자요인은 더욱 가중된다.

김포 착륙예정 보잉747기 한편이 ▶서울공항으로 회항하면 비행시간 15분, 연료 6천파운드 (시가 70여만원 상당)가 소모되지만▶김해.제주공항을 이용하면 비행시간 35~40분, 연료 1만2천~1만4천파운드 (시가 1백56만~1백82만원) 가 소모되며 김포로 되돌아오는 추가비용 및 연료까지 부담해야 한다.

건교부 관계자는 "국적항공사 민항기에 대한 서울공항 폐쇄가 비상사태시 안전운항을 해치는 것은 물론 막대한 유류 및 외화 낭비로 항공사 경영이 악화된다는 점을 들어 재고를 요청했고 국방부에서도 이를 긍정적으로 재검토하겠다고 답변한 상태" 라고 밝혔다.

권영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