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장풀린 부동산시장' 해외투자자 움직임]서울 도심빌딩 매입 눈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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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정부의 부동산 시장 개방조치로 그동안 관망세를 보였던 외국인.해외교포들의 부동산 투자가 한층 활기를 띨 전망이다.

국제통화기금 (IMF) 체제이후 폭락한 국내 부동산을 사달라는 해외 투자자들의 문의가 많았으나 일반 외국인에 대한 토지취득이 허용되지 않아 실제 거래는 부진했다.

그러나 이번에 정부가 부동산 시장개방을 공식적으로 밝힘에 따라 외국인들의 부동산 취득이 활발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해외 투자자들이 대량 몰려 올 경우 극도로 침체된 국내 부동산 경기가 어느정도 살아날 것이란 분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하지만 외국인의 매입 표적이 임대빌딩등 일부 부동산에 한정돼 있고 아직도 걸림돌이 많아 부동산 상품별로 시장개방 영향이 크게 엇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또 외국인들은 국내 부동산이 더 떨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 실제 거래는 하반기이후 본격화될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시장개방으로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부분은 도심 임대빌딩.아파트.상가주택.임대주택사업 등이 꼽히고 있다.

외국인은 광화문.테헤란로.명동 등 요지의 대략 3백억원대 이상 신축빌딩을 주요 공략대상으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

이들은 가격상승에 따른 시세차익보다 수익성을 우선 따지는데다 광고효과를 노려 지명도 있는 빌딩을 선호하기 때문. 게다가 이들 물건은 현재 임대가 되지 않고 팔려고 해도 국내 매수자가 거의 없어 값이 계속 떨어지는 추세지만 경기가 회복되면 임대수요가 몰려 투자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것. 이와함께 외국인중에는 아파트를 대량 구입하거나 아예 땅을 사서 임대 아파트를 건설하려는 수요도 많아 앞으로 임대주택시장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외국인은 저리 자본을 이용, 임대료가 싼 임대주택을 건설할 공산이 많기 때문에 기존 전세방식의 민간 임대주택시장은 크게 위축될 소지가 많다.

해외거주 교포의 경우 노후대책 차원이나 자녀에게 물려줄 생각으로 아파트나 상가.상가주택.도심 나대지 등 소형부동산에 관심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IMF이후 외국계열 부동산중개체인이나 컨설팅업체 등에 접수된 외국인과 해외교포의 매입문의가 대부분 이 부분에 집중돼 있다.

우선 농지는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받아야 소유권이전이 가능한데 국내에 실제 거주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아예 농지취득자격증명이 발급되지 않는다.

따라서 외국인과 우리 국적 해외교포 등 해외 거주자는 이번 토지제도 개방과는 상관없이 여전히 농지매입은 불가능하다.

물론 임야는 토지거래허가구역에 묶인 곳을 제외하면 매입이 자유롭지만 외국인들이 값 상승만 노려 장기적으로 이 곳에 돈을 잠겨놓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부동산전문가들 전망하고 있다.

손용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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