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형박사의 IMF 건강학]3.변신의 기회…실직을 광고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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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자기가 실연당한 이야기를 온동네에 떠들고 다니는 조르주 상드에게 딱히 여긴 친구가 창피하지도 않느냐고 꾸짖었다.

그러자 상드는 의외란 듯한 표정을 지으며 대꾸한다.

"이제 내가 혼자라는 걸 알려야 다른 남자들이 접근할 것 아냐!" 이치로 따진다면 그 말이 맞다.

실연이 자랑은 아니다.

그렇다고 방구석에 처박혀 혼자 울어봐야 소용없는 일, 광고해서라도 새로운 짝을 찾는 편이 현명한 일이다.

요즈음도 넥타이 매고 산에 오르는 사람이 적지 않은 모양이다.

아이들을 생각해 숨기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체면도 작용하고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기왕 당한 거라면 세상에 알려 하루빨리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 게 순리다. 체면을 버리라는 이야기도 아니다.

자존심을 굽히라는 이야기는 더욱 아니다.

실업자가 됐으니 일자리 있으면 달라고 하라는 이야기다.

이건 구걸도 아닌 정보교환이다.

누군가 사람이 필요하면 써달라는 광고에 불과할 뿐이다.

실업자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게 게임이라면 이번엔 졌다.

열심히 했지만 졌다.

질 때는 지는 거다.

하지만 게임에 완승이란 없다.

챔피언도 쓰러진다.

지고, 이기고, 그것이 인생이라는 게임이다.

지금의 나는 긴 인생 여정에서 잠시의 내 모습일 뿐이다.

아직 승패가 난 것도 아니다.

긴 안목에서 대승적 자세가 필요한 때다.

생각해 봤을 것이다.

언젠가 이 지겨운 월급쟁이 생활을 청산하겠다고, 그리곤 정말 내가 하고 싶은걸 해보리라고. 언젠가는 그 꿈을 이루리라고 다짐해 봤을 것이다.

하지만 차일피일 미루다 오늘까지 온 것이다.

용기가 없었던 탓도 있을 것이다. 하루 살기에 쫓기다 보니 변신에의 위험을 감당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 또한 인생이다.

이제, 그 날이 왔다.

선택이 아니라 강요된 것이긴 하지만 확실한 건 드디어 변신의 기회가 온 것이다.

찬스는 언제나 위기의 가면을 쓰고 찾아오는 법이다.

그리고 명심하라. 사람은 무슨 일도 당하면 해낸다는 사실이다.

모든 인간에게 내재된 이 힘을 믿어야 한다.

이시형〈강북삼성병원 신경정신과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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