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풍공작 무엇이 실체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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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도대체 북풍공작이란 게 뭔지 깊은 의혹의 심연으로 빠져드는 느낌이다.

처음에는 김대중 (金大中) 후보의 낙선을 위해 안기부가 뭔가 정치공작을 했다는 의혹 수준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일부 언론이 중대문건을 입수했다는 보도와 함께 의혹의 폭이 끝갈 데 없이 증폭되고 있다.

국가안전기획부는 대북 관련 정보를 입수.분석해 대응전략을 제시하는 것을 일상 업무로 삼고 있다.

안기부 고유 업무를 감안한다면 수사방향이 좀 더 냉정해야 한다.

알릴 것은 확실히 알리되 신중을 기하는 치밀성을 함께 유지해야 한다.

먼저 문제의 문건이 무엇인지 실체를 밝힐 필요가 있다.

문건의 실체는 없이 의혹만 증폭시킨다면 안기부 자체에 대한 불신만 높일 수 있다.

대체로 의혹의 방향은 세 가지로 좁혀 볼 수 있다.

첫째, 오익제의 입북.편지 보내기.TV출연, 그리고 김병식의 편지 등 이 모두가 안기부의 대북공작에 의해 진행된 일련의 공작인가 하는 의혹이다.

둘째는 북한 공작원들이 DJ낙선을 위해 치밀하게 벌인 역북풍인가.

아니면 남북한 공작원들이 집단이기주의에 빠져 서로 유리한 공작을 동시에 벌였을 가능성이다.

물론 이 모두가 의혹에서 출발한 근거없는 추측이다.

이런 추측이 가능하게끔 기사가 흘러 나오고 있다.

과연 그런가.

수사당국은 이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기획입북을 유도할 만큼 우리의 정보전략이 그만큼 탁월한가.

북의 전술에 놀아났다면 이 또한 심각한 무능력의 노출 아닌가.

남북 공작원들의 합작품이라면 우리는 누구 손에 놀아나는가 등등의 의혹과 불신이 국민들로서는 쌓일 수밖에 없다.

밝힐 것은 밝혀 이런 의혹과 불신을 해소해야 한다.

이런 의혹과 불신이 깊어지면 안기부 존립 자체를 흔드는 자해행위가 될 수 있다.

대결국면이든, 화해국면이든 안기부의 대북 정보사업은 빼놓을 수 없는 국가의 기본업무다.

이미 상당수 대북전문가들이 수사를 받고 있고 내부의 사기 또한 매우 저상돼 있다고 한다.

이야말로 북이 노리는 자중지란 (自中之亂) 일 수 있고 북의 대남전략의 결과적 성공이라 쾌재를 부를 수도 있다.

새 정부 출발과 함께 대화와 협력을 통한 남북관계 정상화를 기대하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남북간 의혹과 불신을 증폭시키는 것 또한 어느 쪽에도 바람직스럽지 못하다.

밝힐 것은 분명히 밝히되 대공업무의 본질상 조용하고도 은밀하게 진전시킬 부분에 대한 신중성을 동시에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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