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허재 자존심 건 사투…PO 3차전 대우경기에서 파울 4개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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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농구 천재' 허재 (기아.33.) 는 한경기에서 4개 이상 파울을 기록하는 경우가 드물다.

기껏해야 2~3개, 한개도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나 15일 대우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허재는 3쿼터가 끝날 때까지 4개째를 기록했다.

파울수를 따지지 않더라도 이날 허재는 '사투' 를 벌였다. 플레이오프에 접어든 현재 허재의 컨디션은 최악이다.

체력이 달리는데다 상대팀의 집중수비에 시달리며 교묘하게 얻어맞고 채여 이곳저곳 안아픈 곳이 없다.

지난해 구단에 트레이드를 요구할 때의 섭섭했던 심정도 여전하다.

그런데도 파울아웃을 불사하며 사력을 다하고 있는 이유는 오직 자존심 때문이다.

'이름값' 은 해야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플레이오프에서 허재는 코칭스태프와의 불화로 스타팅 멤버에서 빠졌다.

코칭스태프는 "체력이 달리는 허재의 수비부담을 줄이고 승부처에 투입, 공격력을 활용하겠다" 고 명분을 댔다.

그러나 평생 후보로 뛰어본 일이 없는 허재는 챔피언결정전 7차전에서 단 1분도 뛰지 못하는 굴욕을 당했다.

허재가 당시 방출을 요구한 것도 이때 쌓인 감정 때문이었다.

올시즌에도 똑같은 상황이 반복될 가능성은 충분했다.

대우와의 플레이오프 첫 경기에서 극도로 부진했던 허재는 또다시 벤치를 들락거려야 했다.

그러나 3차전에서 허재는 달라졌다.

떠날 때 떠나더라도 추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코칭스태프도 사력을 다하는 허재를 벤치로 부를 수 없었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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