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법인도 고금리에 신음…연20% 본국돈 빌려 막기 급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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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국내뿐 아니라 현대.대우.쌍용등 주요 기업의 해외법인들도 고 (高) 금리 때문에 형편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현지 금융기관들이 기존대출금의 무차별 회수에 나서는 바람에 우선 이 돈을 갚느라 한국계 은행에서 이자가 종전보다 훨씬 높은 연20% 수준의 자금을 써야해 이자부담이 급속히 커지기 때문이다.

또 이에 따른 신용하락으로 현지에서 제3국에 대한 외상수출 관련 금융을 얻지 못해 영업이 위축돼 국내 수출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유럽에 있는 현대종합상사 한 현지법인은 최근 한국계 은행으로부터 연 17~18%의 조건으로 1천7백만달러 규모의 차입금 상환을 연장했다.

뉴욕에 있는 ㈜쌍용 미주본사도 지난달 한국계 은행에서 빌린 3천만달러를 17~21%의 금리로 상환연장 했다.

현대 관계자는 "현재 금리는 IMF 이전보다는 2배이상, 지난해 11월보다도 4~5%포인트 높은 수준이라 이자 추가부담이 심각하다" 면서도 "하지만 외국 금융기관은 아예 상환이 연장되지 않기 때문에 금리를 따질 여유가 없다" 고 설명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그래도 한국계 은행은 대출금을 연장해주고 있어 다행" 이라면서도 "이런 상태가 몇달만 더 지속되면 해외법인의 경영부실이 심각해 질 것" 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은행 관계자는 "국내 본점이 한국은행에서 빌린 달러를 해외지점에 보내 국내기업 현지법인들을 돕고 있는데, 이 돈은 IMF와의 협약에 따라 금리를 20%수준으로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고금리가 불가피하다" 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현지에 있는 한국계 은행과 기업 현지법인간에 마찰이 발생하기도 한다.

㈜대우 홍콩법인은 거래 은행과 차입금 연장협상을 벌이면서 금리때문에 의견이 엇갈려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업계의 관계자는 "해외법인의 경영이 부실해지면 수출전선에도 차질이 온다" 면서 "환율이 다소 안정추세에 있는만큼 IMF측과 금리인하에 대한 본격적인 협상을 시작해야 할 것" 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국내기업 현지법인들은 최근 제3국과의 외상수출 거래가 사실상 중단돼 수주량이 크게 줄어드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고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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