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집 살림 행정자치부 '합방몸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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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공룡부처' 행정자치부가 인사 몸살을 앓고 있다.

14일 주요 과장급 이상 인사를 단행했지만 이 과정에서 무리한 '밀어내기' 와 총무처.내무부 출신의 자리다툼으로 내부 상처가 심화됐다.

두 부처 간부들은 행정자치부로의 통합 당시 회의를 갖고 '50대50 상호평등에 지그재그식으로 인사' 한다는데 합의, 조직개편 이후 단행한 첫 인사에서 총무과의 과장은 내무부, 인사계장은 총무처, 기획예산담당관실의 담당관은 총무처, 기획1담당은 내무부 출신이 교차발령됐다.

고위직도 마찬가지여서 차관에 내무부출신 석영철 (石泳哲) 씨, 중앙공무원연수원장 (차관급)에 총무처출신 박영환 (朴永煥) 씨, 1급인 차관보에는 내무부출신 김흥래 (金興來) 씨, 기획관리실장에 총무처출신 오형환 (吳馨煥) 씨가 각각 발령됐다.

그런데 이같은 원칙이 총무처 산하였던 소청심사위원장을 임명한 이후 무너졌다.

위원장에 내무부 양종석 (梁鍾釋) 차관보가 부임하자 총무처측은 내무부 산하의 지방행정연수원장에 '교차발령' 을 요구했고 이에 따라 총무처의 K국장이 내정됐으나 결국 내무부 안재헌 (安載憲) 지방행정국장이 차지한 것. 총무처 관계자는 "내무부 간부들이 장.차관에게 거세게 로비, 막판에 뒤집혔다.

상호평등원칙도 무너지고 알짜자리인 차관.소청심사위원장.총무과장을 모두 내무부가 독식해 총무처는 '접수당한' 꼴이 됐다" 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런가 하면 "무리한 지그재그식 인사로 업무효율을 떨어뜨린다" 는 불평불만도 제기되고 있다.

통합되면서 겹치게 된 부서는 1급 1명, 국장급 3명, 과장급 7명인데 국장급 3명중 2명을 총무처출신이 차지하다 보니 과장급은 자연히 내무부출신이 많아졌고 이에 상대적으로 피해를 보게 된 총무처 과장급이 반발, 항의끝에 당초 내무부 몫이었던 과장자리를 배정받는 등 엎치락뒤치락한 것. 한편 김정길 (金正吉) 장관이 "고령이거나 정권유착으로 햇빛을 본 인사들은 용퇴시키겠다" 며 1급 간부 7명에 대해 반 공개적으로 사표를 종용하면서 갈등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들은 내무부에서 청와대에 파견나갔던 Y.L.K씨와 소청심사위원 S.M.L씨, 고충처리위원회의 C씨 등인데 소청심사위원중 일부가 끝까지 사표제출을 거부해 후속인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박종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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