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제차업계 "더는 못참아"…한국수입자동차협회 '수난백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수입자동차는 국제통화기금 (IMF) 의 주범이 아닐뿐더러 현 위기극복의 장애물도 아니다."

수입 자동차업계가 최근 수입차들에 가해지는 각종 폭력 사례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면서 공동대응에 나섰다.

제너럴모터스.포드.크라이슬러 등 미국의 '빅3' 와 벤츠.BMW 등 유럽차 메이커들의 모임인 한국수입자동차협회는 11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수입차에 대한 한국 소비자들의 부정적인 인식이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고 밝혔다. 협회는 이날 비디오상영과 함께 사진 등을 제시하고 일부의 '비뚤어진 애국심' 을 고발했다.

차량 훼손사례를 보면 못.자동차 열쇠 등으로 차체를 긁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

이밖에도 타이어 펑크, 전조등 (라이트).안테나.유리 파손, 각목 등으로 보닛 우그러뜨리기, 차에 올라가 밟는 행위, 계란 던지기 등 다양한 행태로 '폭력' 이 가해진다고 주장했다.

아예 차체에 페인트로 'IMF' '매국노' 를 휘갈겨놓기도 하고 차체 전체에 래커를 뿌린 경우도 있었다.

지난해말 종각에서 제야의 종 타종 행사가 진행될 때 일부 행인들이 근처에 서있는 외제차에 발길질을 해 차체.문짝을 심하게 파손하기도 했다.

운전자에 대한 린치행위는 IMF이후 새로 등장했다.

'너같은 XX가 외제차를 몰고 다니니 나라가 이 모양 이 꼴이다' 는 메모를 주차 차량에 붙여놓는가 하면 신호대기때 운전자에게 손가락질과 욕설을 퍼붓기도 한다는 것. 일부 음식점에서는 수입차 탑승자는 주차를 거부하기도 하고 기름을 주지 않는 주유소까지 있다고 이들은 주장했다.

협회는 이같은 '린치' 로 인해 3백만~5백만원 가량의 수리비를 문 사람도 있었다고 밝혔다.

최병권 협회장은 "이토록 외국상품에 배타적인 나라에 대해 누가 투자를 하겠느냐" 고 반문했다.

웨인 첨리 크라이슬러 코리아 사장은 "지난해 한국은 1백15만여대의 차를 수출한 반면 고작 8천1백여 대를 수입했다" 면서 "소비절약 캠페인을 하는 것은 좋으나 수입반대 캠페인으로 변질되고 있는 게 문제" 라고 말했다.

신성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