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천하장사 김영현 실신의 진짜이유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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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페어플레이인가, 하극상인가.

이겼으나 시무룩한 표정을 지은 승자의 아리송한 흐느낌. 9일 양평 장사씨름대회 결승에서 희한한 광경이 벌어졌다.

팀선배 김경수 (25) 를 3 - 0으로 완파한 김영현 (22.LG증권) 은 전혀 좋아하는 모습이 아니었고 풀죽은 표정으로 시상식을 한 후 갑자기 흐느끼기 시작했다.

부모들이 다독거렸지만 이내 실신, 병원에 실려가는 해프닝을 연출했다.

LG측은 "빈혈증세에다 승부에 대한 지나친 긴장감이 겹친 탓" 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주위에서는 "선배에게 우승을 양보하라는 감독의 지시를 어기고 우승한데 대한 압박감이 원인" 이라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날 김영현이 2 - 0으로 리드하자 팀 선배인 이기수가 갑자기 김영현에게 다가가 무언가 지시하는 장면이 TV화면에도 잡혔다.

한 원로 씨름인은 "감독.코치가 있는데 경기중에 긴장한 후배에게 무슨 말을 거는가" 라며 의아해했다.

LG증권 이준희 감독 또한 경기후 김영현 대신 인터뷰를 요청하는 기자들의 요구를 거부, 의구심을 증폭시켰다.

마지못해 건성으로 응답하긴 했지만 떳떳하게 상황을 설명하지 못했다.

가뜩이나 얼어붙은 프로 모래판을 소생시키는 해결책은 최선의 경쟁, 멋진 승부만이 유일하다.

김영현과 같은 선수가 부담을 갖지 않고 항상 최상의 승부를 펼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도 지도자의 임무다.

봉화식 〈체육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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