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천신일 충분히 내사해 와 … 구속영장 청구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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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 중수부 홍만표 수사기획관은 20일 “천신일(66) 세중나모여행 회장을 21일 다시 불러 조사한 뒤 그에 대한 신병처리 문제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천 회장에 대한 사법처리가 임박했다는 의미다. 그는 ‘천 회장이 세무조사 무마를 대가로 7억원의 금전적 이득을 봤고, 100억원대를 탈세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아직 조사가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말하기 어렵지만 우리가 조사한 것에 근접했다”고 설명했다. 중수부의 다른 관계자는 “천 회장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한다는 것이 수사팀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이 20일 새벽 대검 중수부에서 조사받은 뒤 귀가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신감 보이는 검찰=홍 기획관은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천 회장에 대해 내사를 해왔다”고 말했다. 천 회장의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관련 자료를 충분히 확보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천 회장의 알선수재 및 조세 포탈 혐의와 함께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살펴보고 있다. 천 회장 가족이 주식을 거래하는 과정에서 주가 조작 등의 의혹이 있다는 것이다.

천 회장은 2003년 소프트웨어 업체인 나모인터랙티브를 인수한 뒤 2006년 세중여행과 합병해 지금의 세중나모여행사를 만들고, 13개 계열사를 거느리게 되는 과정에서 다양한 주식 거래를 했다. 천 회장이 박 전 회장으로부터 7억원대의 이익을 얻고, 세금을 포탈하는 과정에서도 편법적인 주식 거래를 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박 전 회장과 태광실업 관계자, 박 전 회장의 사돈인 김정복(63) 전 국가보훈처장 등을 조사해 지난해 7월을 전후해 열린 세무조사 무마 대책회의 상황을 상세하게 확인했다. 한상률(56) 전 국세청장에 대한 e-메일 조사에서 천 회장이 그에게 청탁을 한 정황도 확보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천 회장에게 알선수재 혐의를 적용할 방침이다. 또 천 회장에 대한 ‘압박’ 차원에서 진행된 조세포탈 혐의 부분도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수사팀은 그동안 천 회장의 자녀들을 잇따라 불러 주식을 매입하게 된 경위와 이 과정에서 세금을 제대로 냈는지 등을 조사했다. 천 회장이 나모인터랙티브 인수 후 세중여행과 합병하는 방법으로 코스닥에 우회 상장해 상당한 이득을 챙겼으며, 다시 복잡한 거래 절차를 통해 자식들에게 주식을 증여했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이종찬 전 수석은 대책회의 참석 안 해”=천 회장과 함께 이종찬(63) 전 민정수석, 김정복 전 국가보훈처장도 사법처리 대상에 올랐다. 이 전 수석은 박 전 회장과 오랫동안 친분을 나눈 관계다. 검찰은 이 전 수석의 동생이 박 전 회장으로부터 빌렸다가 갚은 7억원의 출처를 조사하고 있다. 홍 기획관은 “이 전 수석과 박 전 회장 간의 통화 기록과 자금흐름을 살펴보고 있다”며 “(이 전 수석은) 조사 결과에 따라 피의자로 신분이 바뀔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전 수석은 대책회의에는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홍 기획관은 설명했다. 박 전 회장의 사돈인 김 전 처장의 경우 지난해 세무조사 무마 로비를 위해 서울국세청의 실무 라인을 접촉한 것으로 드러났다.

법무부는 이날 박 전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조사를 받은 부산고검 김모 검사에 대해 2개월간 직무집행을 정지하는 명령을 내렸다. 법무부 관계자는 “국민적 관심이 모인 사건으로 조사를 받고 있는 검사에게 그 직무를 계속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검찰총장의 요청을 받아들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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