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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lkHolic] 전용도로 1200㎞ ? … 대부분 하천·공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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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대학원 진학을 준비 중인 박경호(27·서울 목동)씨는 20일 오후 공부하다 잠깐 쉴 겸 자전거를 타고 동네 주변을 달렸다. 박씨가 사는 목동 쉐르빌아파트에서 목동중학교~현대백화점~목동아파트 4단지~열병합발전소를 돌아오는 5㎞ 정도의 짧은 코스였다. 하지만 30분 정도의 짧은 주행 동안 자전거도로에서 행인과 부딪칠 뻔한 것만 10여 차례나 된다.

보도 바깥에 있는 자전거도로가 정류장·교차로에서는 보도 안쪽으로 들어가는 등 구불구불한 데다 때로는 보도 위에 있어 행인을 피하는 게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부 구간에선 자동차도로로 달리는 위험을 감수해야 했다. 박씨는 “양천구가 비교적 자전거도로가 잘돼 있는 지역이라고 하지만 막상 자전거를 타면 불편하다”고 말했다.

전국의 자전거도로는 총 1만639.7㎞. 국내 자동차도로 연장(약 10만㎞)의 10%에 달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거창한 수치에 비해 그 이면은 초라하다. 자전거 전용도로는 전체 자전거도로의 11.7%인 1246.6㎞에 불과하다.

이 전용도로 속을 들여다보면 더 실속이 없다. 서울은 자전거도로 728㎞ 중에서 전용도로가 122.9㎞로 16.9%나 된다. 전국 평균보다 5%포인트나 높다. 그러나 한강변과 중랑천, 양재천 등 강변, 여의도 주변 도로를 제외하면 도로변 전용도로는 43㎞에 그친다. 레저용이 아닌 생활형 자전거 이용에는 별 도움이 안 되는 셈이다.

2296㎞의 자전거도로를 구축했다는 경기도의 경우 전용도로가 294㎞로 전국 평균치를 웃돈다. 그러나 탄천·안양천 등 하천변과 일산 호수공원 등에 만들어진 레저용 도로를 빼면 도로변 전용도로는 74㎞로 뚝 떨어진다.

물론 상당수 지역은 아예 자전거 전용도로가 없거나 보도에 선만 그어 놓은 수준에 그치고 있다. 정제원(30·성북구 월곡동)씨는 “중랑천에 자전거도로가 잘돼 있다고 해서 타러 가려 해도 월곡동 집에서 중랑천으로 가는 길에 자전거 전용도로가 없어 주저하게 된다”고 말했다.

신희철 한국교통연구원 박사는 “보도를 자전거 겸용 도로로 만드는 수준으로는 자전거 대중화가 쉽지 않다”며 “기존의 도로를 줄여 자전거 전용도로를 만드는 ‘도로 다이어트’를 적극적으로 펼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공공 자전거도 업그레이드해야=시민들이 손쉽게 빌려 타는 공공 자전거의 경우 ‘질을 높여 달라’는 이용자들의 요구가 높다. 전국에 4000대에 달하는 공공 자전거가 놓여 있지만 대부분이 10만원대 중국제 제품이다. 무겁고 성능도 떨어진다. 디자인도 시민들의 이용을 촉진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일부 지자체의 공공 자전거는 약간 높은 언덕길은 제대로 올라가지도 못할 정도로 품질이 좋지 않다.

강승필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보다 많은 사람이 공공 자전거를 타려면 디자인과 성능을 향상시켜야 한다”며 “무작정 싼 중국제 자전거를 들여올 게 아니라 사람들이 타고 싶어 하는 ‘고성능 공공 자전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국산 자전거 산업 역시 공공 자전거 고급화 작업과 맞물려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현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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