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가정 만든 부모 500쌍 찾습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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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올 연말이면 ‘좋은 부모’ 500쌍이 탄생한다. 좋은 부모를 발굴하는 사람은 서울대 생활과학부 이기영(61·사진) 교수다.

이 교수는 2003년 동료 교수들과 함께 ‘가정을 건강하게 하는 시민의 모임’(가건모)을 만들었다. 해체 가정이 늘고 출산율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걸 어떻게든 막아야겠다는 절박함이 이 교수를 나서게 했다. 그는 평소 국가가 국민의 건강을 위한 정책을 만드는 것처럼 가정의 건강도 사회가 함께 보살펴야 한다고 믿어왔다.

“가정은 사적인 영역이니 그냥 개개인에게 맡기면 된다는 생각은 잘못이에요. 가정을 돕는 건 결국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최선의 예방책이죠.”

이 교수의 이런 노력은 2004년 건강가정지원법이 제정되면서 첫 결실을 맺었다. 이 법에 따라 현재 전국에 100여 개 건강가정지원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이곳에서는 정부의 지원 하에 부부 관계·자녀 관계 등을 돕기 위한 상담과 교육 등이 이뤄진다. 이 교수가 건강한 가정을 만들기 위해 무엇보다 강조하는 건 지역사회의 도움이다.

“조상의 품앗이처럼 가족에도 품앗이가 필요하죠. 전업 주부 엄마는 방과 후 이웃의 아이도 함께 보살피고 맞벌이 엄마는 적절한 사례를 하면 윈-윈 모델을 만들 수 있어요.”

이 교수는 건강한 가정이 많아지려면 부모 교육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좋은 부모’의 본이 될 만한 역할 모델이 많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21일 ‘좋은 부모 되기 운동’ 발대식을 하고 좋은 부모의 본이 될 굿 피(Good P) 100명을 발표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세 자녀를 보살피며 일곱 가족의 아이까지 함께 돌봐주는 부부, 이웃과 함께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부부 등 평범하지만 사회와 더불어 아이를 키우는 부모 50쌍이 1차 굿 피에 선정됐다. 이들을 시작으로 연말까지 1000명의 좋은 부모를 찾아 굿 피로 선정하는 게 이 교수의 목표다.

“혼자 힘으로는 좋은 부모가 될 수 없죠. 사교육에 대한 지나친 욕심도 사회가 함께 버려야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어요.”

21일 발대식에서는 ▶자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이웃과 함께한다 ▶자녀에 대한 책임을 다한다 등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한 7대 약속도 발표된다.

김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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