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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체험기회 늘려 어린이 정서 순화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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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지난 6월 일본에서는 한 초등학교 여학생이 교내에서 동급생 친구를 살해하는 일이 발생했고, 이번에는 초등학교 남학생이 흉기를 휘둘러 동급생에게 상해를 입히는 일이 일어나 일본 열도가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의 범행 동기는 놀랍게도 채팅 중 자신을 모욕하거나 험담을 늘어놓았다는 지극히 단순한 이유다. 우리나라 초등학교에서도 교내 폭력이 성행하고 있고 14세 미만 어린이의 성폭력 사건이 상담건수 전체의 7%를 차지하는 등 어린이들의 모방범죄가 속출하고 있어 안심하고 있을 상황이 아니다.

무엇이 어린이들을 이렇게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일까.

각종 매체를 통해 무분별하게 노출되는 음란.폭력물과 같이 아이들을 유혹하는 유해환경의 범람, 극성스러운 대한민국 부모들의 교육열에 친구들과 어울려 놀지 못하고 학업에 매진해야 하는 현실, 돈이 최고라는 황금 만능주의의 만연 등 여러 가지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아울러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위에서 언급한 여러 가지 요인들이 어린이에게서 인간과 자연을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을 빼앗아갔다는 데 있다.

더불어 살아가는 우리 주위 사람들과, 공생해 나가야 할 자연에 대해 사랑할 줄 아는 순수한 마음을 우리 어린이들에게 되돌려 주어야 한다.

이를 위한 한 가지 방법으로, 요즘 활기를 띠고 있는 1사 1촌 맺기 운동과 더불어 1가 1촌 맺기 운동을 제안한다. 물론 경우에 따라 동네 단위 또는 학교 단위로 농촌마을과 인연을 맺는 운동을 전개해도 좋을 것이다.

각박한 도시생활에서 벗어나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함께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 주는 것이야말로 우리 어린이들의 정서 순화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방법이 될 것이고, 학업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어린이들이 심신의 건강을 되찾을 수 있는 기회도 될 것이다. 이는 또한 도시와 농촌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역할을 담당해 농산물 직거래 등 도농이 서로 상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기회도 부여할 것이다.

지금의 기성세대와는 달리 도시의 어린이들 대다수는 푸근한 고향에 대한 향수를 느낄 수 없는 시대를 살고 있다. 미래를 책임질 어린이들의 정서가 점점 메말라 가는 현실을 그냥 보고만 있을 것이 아니라 우리 어린이들이 농촌체험을 통해 나와 이웃, 그리고 자연을 모두 사랑할 수 있는 건강한 어린이로 자랄 수 있도록 힘을 다해야 할 것이다.

박재형 농협조사연구소 조사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