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사라져가는 토종 귀신고래 살려야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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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제가 만드는 선박이 오호츠크해의 귀신고래(Gray Whale) 서식지를 파괴한다는 말을 들으니 가만히 있을 수 없었습니다."

환경단체 녹색연합이 시행하고 있는 '녹색 만원계'에 러시아 아무르 표범계, 인도네시아 오랑우탄계 등에 이어 '귀신고래계'가 11일 등장했다. 녹색 만원계는 매달 1만원의 곗돈을 부어 희귀동물 살리기에 기여하자는 캠페인이다. 귀신고래계 탄생에 가장 큰 역할을 한 사람은 경남 거제의 한 조선소에서 근무하는 평범한 근로자 김명철(25)씨다.

"지난 4월 서울에서 열린 지구의 날 행사에서 멸종 위기에 처한 귀신고래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제가 만드는 배가 사할린 인근 오호츠크해에서 석유시추 활동을 할 예정인데, 그 배가 귀신고래의 멸종을 앞당길 수 있다고 하더군요."

김씨는 이 행사에서 다국적 석유기업들이 추진하는 '사할린 프로젝트'가 지구상에 약 100마리밖에 남지 않은 귀신고래 서식지에서 진행된다는 녹색연합 측의 설명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 '사할린 프로젝트'는 자신이 일하는 조선소에서 만들고 있는 선박 명과 같았기 때문이다. 그는 이후 인터넷과 서적을 통해 관련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고, 귀신고래를 보호하기 위해 뭔가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만원계'를 통한 체계적인 지원활동.

2001년 11월 군 복무를 마치고 녹색연합 회원으로 가입한 김씨는 귀신고래 살리기를 만원계와 접목하면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5월 초부터 녹색연합 게시판을 통해 적극적인 홍보활동에 나선 끝에 이날 만원계를 탄생시켰다.

김씨는 "돈이 모이면 사할린 현지의 귀신고래 보호단체에 기부하겠다"면서 "빨리 동해에서 귀신고래를 다시 볼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귀신고래는 미국의 과학자 앤드루가 1914년 논문으로 발표하면서 세상에 알려진 한국 고래다. 62년 12월 천연기념물 제126호로 지정됐다. 과거에는 강원도와 경상남북도 연안에서 볼 수 있었으나 지금은 더 이상 볼 수 없는 상태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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