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천신일 회장 탈세 의혹도 포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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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무마해 주겠다며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금전적 이득을 취한 의혹이 있다는 것이 검찰 설명이다. 천 회장의 알선수재 혐의를 밝히기 위한 계좌추적 과정에서 조세포탈 의혹이 추가 포착됐다고 한다. “자녀들에게 재산을 증여하는 과정에서 85억원의 세금을 탈루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르면 이번 주 천 회장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한다는 계획이다. 이어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하면서 ‘박연차 사건’을 매듭짓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세무조사 무마 로비 의혹=대검 중수부는 천 회장이 박 전 회장의 구명을 위해 주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태광실업에 대한 세무조사가 이뤄졌던 지난해 7월을 전후해 열린 ‘대책회의’가 근거다. 검찰 관계자는 “천 회장이 박 전 회장의 사돈인 김정복 전 국가보훈처장, 이종찬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역할분담을 논의한 뒤 이에 따라 실제 로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당사자들은 대책회의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검찰은 천 회장이 당시 세무조사를 지휘했던 한상률 전 국세청장과 여러 차례 통화한 사실도 확인했다. 두 사람은 서울과학종합대학원의 최고위과정을 함께 다녔었다. 천 회장이 다른 여권 실세를 통해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도 검찰의 조사 대상이다. 수사팀은 김 전 처장이 천 회장과 별개로 세무조사 실무 라인에 로비를 시도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실무자와도 통화한 것으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알선수재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청탁 명목으로 금품을 받았느냐가 중요하다” 고 말했다. 검찰은 특히 박 전 회장이 천 회장의 회사에 21억원을 투자해 일부를 회수하지 않은 이유를 의심하고 있다. 청탁을 대가로 금전적 이득을 챙긴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 그러나 천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고 한다. 그는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박 전 회장이 나에게 (세무조사와 관련한) 부탁을 해 그냥 ‘알아보자’고 했을 뿐, 돈을 받거나 실제 로비를 벌인 사실은 없다”고 주장했다.

◆재산 증여 과정서 탈세 의혹=홍만표 기획관은 이날 “언론에서 제기된 의혹을 모두 철저히 규명하겠다”고 강조했다. 편법증여 의혹도 수사 대상이란 점을 설명하면서다. 천 회장은 2003년 소프트웨어 업체인 나모인터랙티브 인수 뒤 2006년 세중나모여행과 합병하는 방법으로 코스닥에 우회 상장하면서 자녀에게 편법으로 재산을 증여했다는 의혹이 있다는 게 검찰 주장이다. 검찰은 또 천 회장 가족이 2007년 세중나모여행 주식을 비싸게 팔았다가 2008년 다시 싸게 사들이는 방법으로 상당한 시세차익을 올린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복잡한 주식 거래 과정에 박 전 회장이 여러 가지 형태로 도움을 줬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박 전 회장이 지인들 명의로 천 회장 주식을 차명 보유하고, 천 회장 자녀들이 이를 사들이게 하는 수법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수사팀 생각이다.  

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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