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민주당 선언’ 첫 토론회 … 정체성 논란 가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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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민주당 플랜을 보면 한나라당과 비슷해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민주당이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지 걱정이다.”(이종걸 의원)

“(전 유권자의 60%를 차지하는) 중산층, 상위 중산층(Upper middle class)을 잡는 것은 모든 정당의 염원이다. 한나라당과 겹칠 수밖에 없다.”(최인기 의원)

19일 민주당 영등포 당사에서는 ‘당 우경화’ 논란이 일었던 ‘뉴민주당 선언’을 두고 격론이 벌어졌다. 25일부터 6월 9일까지 진행될 전국 순회 당원토론회에 앞서 국회의원과 지역위원장을 대상으로 한 첫 토론회였다. 100여 명이 몰린 이 토론회는 민주당 홈페이지 등을 통해 중계돼 네티즌 토론도 가능했다.

찬반 의견은 팽팽했다. 박상천 의원은 “뉴민주당 플랜은 (진보와 보수를 넘어서야 하는) 변화하는 정치 기초를 잘 설명한 것 같다”며 “다만 ‘당 현대화’라는 표현은 너무 범위가 넓고 다의적이니 ‘중도개혁주의’처럼 구호적이고 유권자의 마음에 부딪치는 행동적인 용어를 골라야 한다”고 제안했다. 반면 우원식 노원을 지역위원장은 “당에는 기존 정당정책과 7대 가치가 있는데 왜 새 선언이 필요한가”라며 “6월 국회 전 정체성 논쟁은 국민이 볼 때 한가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논쟁은 뉴민주당 선언을 마련하게 된 계기인 ‘집권 실패’에 대한 원인 분석으로 이어졌다. 이종걸 의원은 “열린우리당은 완벽에 가까운 강령을 갖고 있었으나 신자유주의적 정책으로 사실상 강령을 유지하지 못해 (집권에) 실패했던 것”이라며 “뉴민주당 플랜은 그런 인식이 결여돼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최인기 의원은 “중산층이 떠난 것과, ‘탈호남’하고 전국 정당으로 가자고 창당된 열린우리당 그 두 가지가 계속된 (선거에서의) 패배를 가져왔다”고 맞섰다. 또 “김대중 1000만 표, 노무현 1200만 표였으나 정동영 후보가 600만 표를 얻었는데 그 400만 표가 어디로 갔는지 찾는 게 뉴민주당 선언의 핵심이 돼야 한다”고 했다.

이 밖에 “과연 한국에서 제3의 모델이 가능한가”(정범구 서울 중구 위원장), “강남을 너무 무서워 말고 (강남이 관심있어 하는) 세입자 정책 등을 만들어 달라”(김남배 서울 강남을 위원장)는 의견도 나왔다.

반면 당내 비주류 연합체인 민주연대는 성명을 통해 “기업과 시장을 신뢰한다. … 시장은 공정한 경쟁을 통해 경제의 효율성을 담보하는 최적의 수단”이라는 뉴민주당 선언 내용을 비판하고 “지금은 반(反)MB 전선에 힘을 모아야 할 때이므로 내부 토론은 6월 국회 이후로 미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본래 뉴민주당비전위원회는 6월 중순 이 선언을 확정하고 이후 액션 플랜(6월)과 정책자료집(9월), 지방선거 대비 매니페스토(연말)를 발표할 예정이었다. 정세균 대표는 “품평은 쉽지만 만들기는 어렵다”며 “우여곡절이 많겠지만 백가쟁명 모두를 용광로에 녹이자”고 했다.

  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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