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위 '시청자 불만처리 보고서'에 나타난 지적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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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TV는 많은 사람이 본다.

그래서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은 한없이 조심스럽다.

조금만 잘못된 내용이 나가면 방송사나 방송위원회에 항의가 빗발친다.

사람들의 기호가 다양한 만큼 지적의 내용도 다양하다.

최근 방송위가 내놓은 '97 시청자 불만처리 보고서' 를 보면 시청자의 입맛이 얼마나 다양한지 나타난다.

'97 시청자…' 는 편지.팩스.PC통신 등을 통해 지난해 방송위에 접수된 2백54건의 시청자 지적사항들을 정리한 것. 10월1일 KBS2 '여성저널' 에서는 한 패널리스트가 고부 간의 갈등을 이야기했다가 '방송사가 사과하라' 는 시청자 요구를 받은 적도 있다.

사과를 요구한 사람은 패널리스트의 이웃인데 그 패널리스트는 며느리가 없다는 것. 그런 사람이 어찌 자신의 경험인 양 고부갈등에 대한 견해를 말할 수 있느냐며 패널선정을 무책임하게 한 방송사가 사과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방송위도 제작진에게 앞으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라는 주의를 전했다.

MBC '뉴스센터 500' 의 여성 진행자 교체를 요구한 시청자도 있다.

4월2일에 진행자가 충혈된 눈으로 나왔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진행자 선정은 방송사의 고유 권한이라 이 항의에 대한 방송위의 조치는 없었다.

애국적인 항의들도 있다.

종영된 MBC 일요 아침드라마 '짝' 은 남의 집 앞에 차를 대놓는 사람을 좋지 않게 그렸다가 시청자의 항의를 받았다.

집앞 도로는 엄연히 개인 소유가 아닌 공공장소라는 것. 따라서 다른 사람의 집 앞에 차를 대놓는다고 이를 잘못한 일인것처럼 묘사하는 것은 이기주의를 부추긴다는 지적이었다.

이런 항의에 대해 방송위는 서울시 주차계획과에까지 문의해 남의 집앞에 차를 대놓는 것이 부당 행위가 아님을 확인했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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