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배를 인도서 만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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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대우인터내셔널이 한국과 인도가 협력해 값 싼 배를 만드는 신개념의 선박제조 방식을 선보였다. 대우인터내셔널은 지난 6월 말 인도 조선소인 '코친''힌두스탄' 두 곳과 총 1억1천만 달러 어치의 선박기자재를 수출하는 계약을 맺었다. 건물 5~6층 높이에 35m 길이인 벌크선 8척을 만드는 재료다. 이렇게 만들어진 배들은 덴마크(6척)와 인도(2척)에 각각 납품될 예정이다. 배를 만드는 데 쓰이는 자재는 한국 것인데 조립만 인도에서 하는 셈이다.

당초 덴마크와 인도의 선주는 한국의 뛰어난 선박 건조 기술을 믿고 한국 배를 요구했다. 하지만 이들이 필요로 하는 벌크선은 국내 조선소에서는 만드는 곳이 없었다. 인건비가 너무 비싸 만들어봐야 이득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이때 대우인터내셔널측이 "한국 부품을 인건비가 싼 다른 국가에 공급해 '품질은 한국에서 만든 것과 비슷하면서 값은 더 싼 배'를 만들자"고 아이디어를 냈다.

우선 선주로부터 어떤 배가 필요한지 간단한 요구사항을 들어 설계를 국내 업체인 마스텍중공업에 맡겼다. 선주가 설계도를 검토한 후 그대로 인도 조선소에서 배를 만들기로 한 것이다.

모든 기자재는 대우인터내셔널에서 국내 우수 부품업체 40여개사로부터 조달해 준다.

특히 우리의 중소기업들은 부품 공급과 선박 설계를 도맡아 수출효과는 직접 만드는 것 못지 않다. 대우인터내셔널도 '프로젝트 오거나이징'을 통해 짭짤한 수익을 올린다. 프로젝트 오거나이징이란 배를 만들 때 필요한 자금.설계.생산 등을 주도하는 것이다.

또 인도 조선사는 선박 제조기술을 쌓고 7천만 달러 규모의 조립 인건비를 벌 수 있다. 이를 위해 수출입은행도 측면지원에 나섰다. 보통 수출 때는 수입하는 쪽에서는 신용장을 개설하고, 수출하는 쪽에서는 본드(선급금 이행보험증권)를 개설해야 송금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수출입은행이 대우측의 본드 지급보증을 해줬다.

대우인터내셔널 박시원 플랜트1팀장은 "브라질.멕시코 등 설비 여유가 있고 인건비는 싼 국가를 상대로 이 같은 방식으로 '한국배'를 더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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