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해방촌 녹지 조성 … 남산 ~ 한강 생태축 연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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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이 끝나고 갈 곳을 잃은 월남한 실향민과 피란민들이 남산 기슭에 판잣집을 짓고 삶을 꾸렸다. 이름하여 ‘해방촌’, 용산동2가와 후암동에 걸쳐 있는 곳이다. 해방촌에 정착한 실향민들의 삶이 궁핍해 이들을 ‘삼팔따라지’라고 불렀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도박에서 한 끗을 뜻하는 ‘따라지’가 별명이 될 정도로 가난했다는 뜻이다. 이범선의 소설 ‘오발탄’은 정신이상이 된 어머니, 양공주가 된 여동생을 둔 주인공이 얼마나 남루한 삶을 살았는지를 이 해방촌을 배경으로 보여준다.


이 혹독한 가난을 이겨내고 억척스레 돈을 벌어 성공한 이도 많아 해방촌 주민의 이야기는 그 자체가 애틋한 소설이자 시다. 서민들의 애환이 서려 있는 이곳은 1970~80년대 개발시대를 거치며 주택이 난립해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2016년이면 이 일대 일부가 남산과 한강을 잇는 생태녹지축(조감도)으로 변신하게 된다. 해방촌(50만㎡)의 10%가량에 해당되는 지역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18일 기자 설명회에서 “남산과 한강 사이에 단절된 생태축을 숲이 우거진 녹지로 만드는 ‘남산 그린웨이’ 사업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남산 그린웨이 사업’은 남산에서 용산공원까지의 길을 녹지로 조성하는 사업으로 미군 기지가 옮겨간 자리에 용산공원이 들어서는 2016년에 맞춰 추진된다. 현재 주택이 무분별하게 들어서 있는 해방촌 5만7000㎡(1109가구)와 군인 아파트 부지 4만7000㎡(4동, 136가구)로 모두 10만4000㎡의 땅이다. 이 지역을 녹지축으로 만들면 100~190m의 폭에 길이 700m의 ‘남산 그린웨이’가 생긴다.

이 녹지축이 완성되면 북한산에서 창덕궁~종묘~세운녹지축~남산~용산공원~용산국제업무지구(이촌지구)~한강~서울현충원을 거쳐 관악산으로 이어지는 서울 남북 녹지축 연결사업의 중심이 잡히게 된다.

녹지축 개발은 후암동 지역 개발과 함께 묶어 ‘결합개발 방식’으로 이뤄진다. 노후주택이 밀집해 있는 후암동 33만4700㎡를 개발해 해방촌 주민을 수용하는 방식이다. 후암동은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돼 건축물 높이를 현재 최고 5층으로 제한하는 것을 평균 12층, 최고 18층으로 완화한다. 녹지축 대상 지역 해방촌 주민 1109가구 중 가옥 소유주 379가구는 조합원의 자격을 얻어 후암동 아파트 분양권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서울시는 남산 그린웨이 조성 및 결합개발 사업과 관련해 세 차례에 걸쳐 주민설명회를 열어 지역민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국방부 소유 토지의 군인아파트는 2011년에 철거·이전이 예정된 곳으로 이를 포함한 국방부 토지에 대해서는 부처 협의를 거쳐야 한다. 그린웨이와 후암동 개발은 2011년 6월 사업시행인가를 거쳐 2012년 착공, 2016년 준공하게 된다.

임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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