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지, 두 달이면 다 닳아 … ” 오지영 송곳샷, LPGA 찌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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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베이스 클래식에서 우승한 오지영이 우승 트로피를 받쳐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올시즌 첫 승이자 통산 두 번째 우승이다. [클리프턴(미 뉴저지주) AFP=연합뉴스]

 북유럽에서 온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과 LPGA투어의 손꼽히는 장타자 브리타니 린시컴(미국). 체격이 큰 두 선수 사이에 선 오지영(21)은 가냘프기 짝이 없었다. 어른과 어린이의 대결처럼 보이기도 했다. 오지영이 3라운드에서 공동선두에 나섰다고 하지만 그의 우승을 점치는 이는 많지 않았다. 그만큼 샷거리의 차이가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지영은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정교함을 앞세워 또박또박 스코어를 줄여나갔다. 그러자 제 풀에 나가떨어진 건 두 장타자였다.

오지영이 18일(한국시간) 미국 뉴저지주 클리프턴 어퍼 몬트클레어 골프장(파72·6413야드)에서 끝난 LPGA투어 사이베이스 클래식에서 합계 14언더파로 우승했다. 공동선두로 4라운드를 출발했던 오지영은 이날 2언더파(버디 4, 보기 2개)를 쳐 페테르센의 추격을 4타차로 여유 있게 따돌렸다. 우승상금은 30만 달러.

오지영의 이번 대회 드라이브샷 평균 거리는 235야드밖에 되지 않았다. 반면 페테르센의 드라이브샷 거리는 260야드, 린시컴은 269야드를 훌쩍 넘었다. 그러나 오지영은 당황하거나 서두르지 않았다. 오지영이 1, 2번 홀에서 파세이브를 하면서 차분히 경기를 풀어나가자 흔들린 쪽은 오히려 페테르센이었다.

이번 대회 오지영의 페어웨이 안착률은 75%. 반면 페테르센은 67%, 린시컴은 60%에 그쳤다. 퍼팅은 오지영이 라운드당 25개인 반면 페테르센은 29개, 린시컴은 31개를 넘었다. 결국 거리의 열세를 드라이브샷의 정확도와 정교한 퍼팅으로 극복한 것이다.

지난해 첫 우승 당시엔 영어로 인터뷰하지 못했던 오지영은 이날은 유창한 영어로 우승 소감을 밝혔다. 외신기자들은 오지영에게 장타자들과의 대결에서 어떻게 살아남았냐고 캐물었다.

“페테르센과 린시컴 등 장타자들과의 대결이 쉽지 않았다. 처음엔 당황했지만 몇 홀 지나면서 침착함을 되찾고 내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었던 게 우승 비결이다. 아이언과 웨지샷이 정확한 스타일을 살려내 경기에만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오지영은 또 “1라운드 8번 홀에서 홀인원을 했을 때 우승 트로피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했다. 첫날 홀인원 이후 우승할 것이란 예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오지영은 1988년 태어난 용띠 군단의 일원. 박세리(21)가 98년 US오픈에서 우승한 것을 보고 골프에 입문한 박세리 키즈다. 2001년 국가대표 상비군과 2005년 국가대표를 지낸 뒤 2006년 미국에 진출했다. 아마추어 시절 벙커샷 연습을 많이 해 두 달 만에 샌드웨지가 닳아 교체했다는 일화도 있다.

미셸 위(나이키골프)가 합계 8언더파로 폴라 크리머(미국)와 함께 공동 3위에 올랐고, 김인경(21)이 합계 7언더파로 5위, 박희영(이상 하나금융)이 합계 6언더파로 공동 6위를 차지했다. 신지애(미래에셋)는 공동 13위(합계 3언더파)에 머물렀다. 

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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