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황석영씨의 돌출 행동은 퍼포먼스 실패작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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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황석영(66)씨와 진중권(36) 중앙대 겸임 교수의 논쟁이 2라운드에 접어들었다. 논쟁의 발단은 황석영씨가 최근 이명박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순방에 특별 수행원 자격으로 동행한 것을 놓고 진중권 교수가 14일 진보신당 게시판에 올린 ‘황석영, 개그계 데뷔’라는 제목의 글이다.

이 글에서 진 교수는 “제가 아는 ‘황석영’이라는 분은 지난 대선을 앞두고 이명박의 집권을 막기 위해 시민단체들 그러모아 비장하게 비상시국선언까지 했던 분”이라며 “그런데 뉴스를 보니, 자신을 황석영이라 부르는 또 한 분이 나서서 이명박 정권이 실용적인 중도정권이라며, 그 정권을 적극 돕겠다고 한다”고 비꼬았다. 또 “지난 대선 때 철 지난 독재타도를 외치던 사람이 바로 황석영”이라며 “기억력이 2초라는 금붕어도 아니고…”라고 특유의 독설을 쏟아냈다. 황석영씨가 주창하는 ‘몽골+2Korea’론에 대해서도 ‘코미디’라고 혹평했다. 진 교수는 “민족문학 한다고 북조선 넘나들더니 이젠 알타이 종족주의 문학하시려나 보다”며 “생기신 것보다 많이 웃기다, 아예 개그계로 진출하려나 보다”고 빈정거렸다.

이에 황석영씨는 15일 한겨레,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광주사태와 같은)창피한 일이 서구에서도 있더라고 말한 것이다. 황석영이 어니로 가냐. 광주가 나이고, 나의 문학”이라고 해명했다.

그러자 진중권 교수는 18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18일 출연해 “진보적 지식인도 보수적 정권에 얼마든지 참여할 수 있고, 또 거꾸로 보수적 지식인이 진보적 정권에도 참여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황석영 씨가 갖고 있는 문학적 상상력이 현 정권의 외교정책, 대북정책에 의해서 뒷받침되기보다는 정권 홍보의 수단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황석영 씨의 방북은 임수경씨의 방북과 다르게 정치적 신념이 아니라 자유분방한 돌출 행위에 가깝다”며 “소설가로서의 돌출적인 퍼포먼스이기 때문에 변절, 귀순 등 정치적 프레임으로 이해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보였다.

또 “이명박 정부가 중도 실용정부이므로 보수정권에 참여한 것이 아니다”라고 우길 것이 아니라 “그냥 진보 지식인도 보수 정권에 참여할 수도 있다고 했으면 좋았겠다”라고도 말했다.

진 교수는 자신의 글에 대해서는 황석영씨가 행한 퍼포먼스에 대한 ‘문학적 비평’쯤으로 읽어달라고 주문했다. 또 ‘몽골+2Korea’도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며 ‘해괴한 몽골 인종주의’처럼 들렸다고 말했다. “문학 앞에다 민족이니 뭐니 이런 수식어를 붙이는 것이 시대착오인데. 그래도 민족문학이라는 것은 남북이 같은 언어를 사용하고 분단 이전까지 오랫동안 역사를 공유하고 있다”며 “그런데 몽골은 왜 끼는지 모르겠다. 우리가 언어를 공유하나, 문화를 공유하나”고 반문했다. 또 “작가적 상상력이 권력, 정치에 의해 이용되는 것 아니냐”고도 했다.

진 교수는 “황석영 씨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사실 본인이 결정할 문제지 남이 왈가왈부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도 “황석영씨의 돌출행동은 문학성이나 예술성이 전혀 없어 보이고 그런 의미에서 완전히 실패한, 몰취향한 퍼포먼스였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 jd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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