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2000년 밀레니엄 버그]국내 대응…예산반영에 주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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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컴퓨터의 2000년 표기 인식과 관련, 국내 시장규모만도 8천3백억원이 예상되지만 국내 업체들의 대응은 굼뜨기만 하다.

이런 가운데 2000년문제와 관련, 나름대로 해결방안을 확보한 삼성SDS와 LG화학의 사례는 2000년 표기문제 해결을 추진중인 다른 업체들에게 참고가 될 만 하다.

국내업체들은 미국의 컴퓨터어소시에이츠.프래티넘.비아소프트등에서 개발한 2000년 표기문제 해결 소프트웨어를 들여와 국내 실정에 맞게 적용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삼성SDS가 1년여의 연구끝에 지난달 개발한 2000년 인식 해결방법론인 '유니세이버2000' 은 연도표기 전환은 물론 영향분석.변환작업.테스트등 전단계를 지원하는 서비스다.

삼성SDS는 이 방법론을 통해 삼성항공 사천공장의 컴퓨터시스템 연도표기방식을 두자리에서 네자리로 바꿨다.

회사측은 6백40만 라인 (줄)에 달하는 프로그램 코드와 데이터베이스의 연도표기를 일일히 네자리로 바꾸는 대작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LG화학도 LG - EDS시스템과 공동으로 지난해 8월 사내 1만4천여개 프로그램과 2천2백개의 파일에 대해 두자리 연도 표기를 네자리로 변환했다.

회사측은 8개월간 연인원 4백20여명을 동원, 수작업으로 프로그램을 고친 것이다.

하지만 이 때 들어간 비용과 시간.인력이 만만찮아 기업들은 부담을 느끼고 있다.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가 지난 1월 정부기관.정보통신서비스업체.금융기관등 1백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93%이상이 2000년 표기문제 해결필요성에 대해 인식하고 있다고 응답했지만 이 중 16.7% (25개사) 만이 예산을 마련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자본과 인력부족으로 2000년 문제에 대응할 여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 이에대한 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삼성SDS의 이종훈 (李宗勳) 박사는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유럽들에 비해 2000년문제 해결 대응이 2년이상 늦어 시간이 별로 없다" 면서 "비용과 무관하게 체계적인 준비와 투자가 시급한 때" 라고 강조했다.

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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