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2000년 표기문제, 민·관 관심조차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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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컴퓨터 2000년 표기문제 (밀레니엄 버그)에 뚫린 구멍이 갈수록 불거져가고 있다.

준비할 일은 많고 시간여유도 별반 없는데 정부와 업계는 여전히 거북이걸음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오는 2000년 1월1일 컴퓨터가 연도를 잘못 계산할 경우 사회 전분야에 닥쳐올 소위 '컴퓨터 대란' 은 엄청난 인재 (人災)가 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행정자치부 (옛 총무처)가 최근 대통령비서실 등 45개 중앙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컴퓨터 2000년 연도표기문제 추진조사결과' 에 따르면 통일부 등 9개기관만 미흡하나마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을 뿐 감사원.정보통신부.과학기술부 등 36개 정부부처가 거의 손을 못대고 있는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공항관리공단 등 정부 산하기관들은 대책이 전무한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범국가적 종합대책 마련은 정부조직개편.행정공백 등과 맞물려 당분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2000년 문제 해결에 드는 비용이 정부.민간 합쳐 총 8천3백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올해 배정된 정부예산은 57억6천8백만원에 불과하다.

더 큰 문제는 업계조차 정부 못지않게 늑장을 부리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정보산업연합회가 국내 기업체와 공공기관 1백50군데를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2000년 문제를 해결한 업체는 12%에 불과했고 아직 작업에 착수조차 못한 업체도 58%에 달했다.

현재 업체에서 2000년 표기문제를 해결했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곳은 삼성SDS.LG - EDS시스템 등 시스템 통합업체 (SI) 를 중심으로 한 10여개사에 불과하다.

중소기업들의 사정은 더 심각해 국제통화기금 (IMF) 한파로 인한 자금난 때문에 2000년 문제는 아예 엄두도 못내고 있는 형편이다.

현재 중소기업진흥공단 주관기관으로 나서고 있지만 겨우 컨설팅 지원에 머무르고 있을 뿐이다.

하지윤·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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