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월드 공연단, 서울대 어린이병원 공연 자원봉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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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두 명의 피에로가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풍선을 날린다.

5인조 밴드 아저씨들은 나팔을 불고, 너구리 탈을 쓴 광대들은 그 뒤에서 덩실덩실 춤을 춘다.

환아 (患兒) 들의 입에서 웃음소리가 터져나온다.

박수소리도 요란하다.

보호자들의 얼굴에도 모처럼 봄꽃같은 미소가 흐른다.

롯데월드 공연단이 서울종로구연건동 서울대 어린이병원을 찾아 공연을 펼친 지난달 20일. 각종 병마와 싸우며 투병생활을 해오던 환자 어린이들이 잠시나마 병고를 잊었다.

95년 7월부터 시작된 어린이병원 위문 행사는 이번으로 24회째를 맞았다.

이날도 2층 외래와 6층 내과 병동 복도에서 두차례에 걸쳐 2시간동안 공연이 진행됐다.

결코 적지않은 13명의 인원으로 구성된 자원봉사 공연단이다.

어린이 전문병원으로는 국내 하나 밖에 없는 곳. 암을 비롯해 백혈병.신장병 등 여러 형태의 중환아들이 길고 긴 시간을 병마와 싸우고 있다.

하루하루가 공포와 괴로움의 연속이다.

"어린이 환자는 어른과는 달리 아무리 중환자일지라도 1백% 회복 가능성이 있고, 또 이들에게는 물리적 치료 뿐 아니라 정신적인 면이 더 도움이 된다는 말을 듣고 자원봉사를 계속하게 됐지요. " 이 행사를 주관하고 있는 롯데월드 김상숙 (金相淑.32.여) 씨의 말이다.

어느덧 장기 환아들의 기다림도 깊어졌다.

공연단이 온다고 머리를 빗고 기다리는 어린 소녀 환자도 있다.

병실에 들어간 피에로에게 바나나를 건네주는가 하면 어린 아이 환자가 열흘만에 처음으로 웃었다며 눈시울을 붉히는 엄마도 있다.

뼈암의 하나인 골육종에 걸린 아들 (7) 을 휠체어에 태우고 온 강수미 (姜壽美.31) 씨는 "병원을 직접 찾아와 공연해주니까 더없이 고맙고 아이가 즐거워하니까 더욱 감사하다" 며 웃음 띤 얼굴로 눈물을 글썽거렸다.

서울대병원 의료사회사업실에 근무하는 김경희 (金璟希.28) 씨는 "공연단이 오면 환아들은 즐거워하고 어머니들은 많이 울어요. 어머니들은 병원 생활에 지쳤다가 모처럼 밝은 표정이 되는 아이들이 새삼 가슴 아픈가 봐요" 라고 말했다.

고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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