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의 샛별 매트 데이먼…지적인듯 모자란듯 다중개성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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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21세기를 사로잡을 스크린 스타의 유형은 어떤 모습인가.

청소년 시절부터 친하게 지낸 미국 동부 출신의 젊은이들이 새로운 스타 군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벤 애플렉, 매트 데이먼 (둘은 고교 동창) , 크리스 오도넬, 매튜 매커너히 (이 둘은 벤, 매트와 함께 보스턴 지역의 명문대학 출신)가 바로 그들. 제각각 소녀 중심의 열성 팬클럽이 활동 중인 것은 물론 할리우드에서 갈수록 무게와 영향력이 커져 일종의 '영화배우 마피아' 라고 불린다.

이들 가운데 리더로 떠오른 스타는 매트 데이먼 (27) 이다.

최근 벤 애플렉과 함께 시나리오를 쓰고 본인이 주연한 영화 '굿 윌 헌팅' (구스 반 산트 감독) 은 그에게 베를린영화제 은곰상을 안겨줬다.

그동안 '스쿨 타이스' '커리지 언더 파이어' 등에서 단역으로 얼굴을 보여줬던 데이먼은 대번에 거장들의 눈에 들어 그들 작품의 주인공을 맡았다.

최근 촬영을 끝낸 2차대전 소재의 스티븐 스필버그 영화 '프라이비트 라이언 구출' 에서 톰 행크스와 함께 주역으로 출연했고 곧 선보일 프랜시스 코폴라의 '레인메이커' 에서 영민한 변호사로 등장하는 게 그것이다.

할리우드의 제작자들이 분석하는 그의 매력은 '타이타닉' 으로 인기 절정에 오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경우와 완전히 다르다.

결코 소녀들을 열광시키는 미소년이 아니며 관객들을 잠시나마 환상에 빠지게 하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보다 그는 지적이면서도 어딘가 모자라 보이고 따뜻한 인간미와 강인한 개성을 동시에 지닌 배우, 즉 '멀티 캐릭터' 의 소유자로 인정받고 있다.

스타에 대한 가능성도 시대와 상황에 따라 바뀌어가는 것처럼 보인다.

데이먼의 성격을 가장 잘 설명하는 영화는 21일 개봉하는 '굿 윌 헌팅' 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골든글로브 최우수각본상을 받았고 아카데미에서도 9개부문 후보로 오른 이 작품에서 그는 아인시타인과 같은 두뇌를 가진 불우한 노동계급의 청년으로 나온다.

실제 하버드대 출신인 데이먼은 영화에서 MIT대학에서 청소부로 일하다 학생들에게 상을 걸고 게시된 수학문제를 가볍게 풀어내는 천재의 모습을 보여준다.

엘리트주의의 허상에 가난한 천재 청년이 온몸으로 공격하며 힘겨운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다.

천재적인 능력을 이용해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은 의붓아버지에게 학대당한 과거 기억 때문이다.

이것은 2살때 부모가 헤어진 데이먼의 실제 인생과 비슷한 셈이다.

그러나 스스로 인정하듯 그는 이미 하버드를 졸업한 엘리트이며 기득권층이다.

영화중에 천재를 상담치료하는 심리학자 (로빈 윌리엄스) 는 엘리트주의를 비난하면서도 결코 벗어나지 못하는 이러한 한계를 꼬집는다.

"청소부로 일하려면 보스턴에 갈곳이 많은 데 왜 하필 MIT냐"

채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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