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납품업체, 상품대금 지급 둘러싸고 갈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불안해서 거래를 못하겠다. 현금으로 결제해주든가, 상품대금을 떼이지 않도록 지불보증보험 등 안전장치를 마련해 달라. '

'납품업체의 요구를 다 들어주면 멀쩡한 백화점도 거덜난다. 어차피 공생관계 아닌가. '

국제통화기금 (IMF) 관리체제 이후 상품대금 지급을 둘러싸고 백화점과 납품업체 간의 갈등이 심해지고 있다.

납품업체들은 백화점측에 현금을 주거나 지불보증을 해줄 것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반면 백화점들은 부담증가를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이다.

납품업체들은 롯데.신세계.현대 등 이른바 '빅3' 를 제외한 거의 모든 유통업체에 안전장치마련을 요구하고 있으며, 심한 경우 거래를 끊겠다고 압력을 넣고 있다.

IMF이전 납품업체가 백화점에 매달리던 때와는 1백80도 달라진 양상이다.

실제로 납품업체 K사의 경우 이달 초 총 50여개 백화점 점포중 빅3를 제외한 30여곳의 점포로부터 안전장치 마련 약속을 받아냈다.

이중 G백화점등 10곳은 이미 지불보증보험 증서를 넘겨줬고, S백화점등 10여곳은 판매일로부터 45~1백일만에 결제해주던 것을 2~10일 이내 결제로 바꿨다.

이를 거부한 2~3곳에서는 매장을 아예 철수해버렸다.

또 다른 K사는 "대부분의 거래처에서 지불보증보험과 국공채를 담보로 확보했으며 사고발생시 사주의 회사주식을 팔아서 갚겠다는 공증 (3곳) 을 받기도 했다" 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 백화점 관계자는 "납품업체의 요구를 일일이 받아들이기 어려워 고통분담을 호소하고 있다" 며 "납품업체의 요구를 들어주게 되면 그 비용 때문에 가뜩이나 어려운 경영이 더 악화될 것" 이라고 우려했다.

실제 하루평균 매출액 5억원인 G백화점의 경우 납품업체의 요구를 전면 수용할 경우 내놔야할 담보는 3백75억원어치에 이르고, 여기에다 연간 5억6천2백50만원의 보증보험료까지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상품대급 지급을 둘러싼 줄다리기가 계속되면 힘없는 백화점일수록 부담이 커져 도산하거나, 유명 납품업체를 잃고 백화점 대열에서 탈락하는 업체도 속출할 것" 이라고 말했다.

이기원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