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칼럼] 취업, ‘1승’보다 ‘우승’이 더 중요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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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취업 전에 마음에 둔 회사가 있을 것이다. 드디어 그 회사의 채용 공고가 뜨고, 당신은 반은 설레고 반은 불안한 마음에 이력서를 채우고, 자기소개서를 쓰기 시작한다. 내가 왜 이 회사에 지원했으며, 이 일은 왜 하고 싶은지, 자기소개서를 채워나갈수록 당신은 스스로에 대해 확신을 가지기 시작한다.

그러나 채용 절차를 하나하나 무사히 통과하던 당신은 어느 순간 탈락한다. 이 회사의 문은 이제 당신에게 닫혔다. 나와 비슷해 보이던 여느 지원자는 그 회사에 최종 합격한다. 당신의 마음은 복잡해진다.

‘왜 저 사람은 되고 난 안 될까.’
‘저 사람과 나는 별 차이가 없는 것 같은데, 왜 저 사람은 모든 걸 가지고 난 아무것도 가지지 못할까.’
‘난 이제 어느 회사에 지원해야 하나. 저 회사 아닌 다른 회사는 가기 싫은데.’
당신의 머리는 온갖 생각으로 복잡하다. 그러나 그 회사의 문이 당신에게 더 이상 열리지 않는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위와 같은 일은 이 글을 보는 대부분의 독자는 물론, 이 글을 쓰는 필자 역시 한 번 쯤은 겪었거나 겪을 일이다. 필자는 이런 좌절이 별 것 아니라고, 모두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 필자도 짧은 직장 생활 동안 느낀 점이지만, ‘첫 직장이 어디냐’ 라는 것은 그 이후의 경력 개발에 가장 큰 ‘닻’이다. 그러나 첫 구직활동에서 좌절을 겪어도, 혹은 정상에 올랐다가 미끄러진다 해도, 제2, 제3의 경력 개발의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취업, ‘1승’보다 ‘우승’이 더 중요하다.
첫 취업은 이후의 경력개발의 기준점이 되는 만큼 매우 중요하다. 첫 취업으로 자리잡은 곳에서 더 위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첫 취업을 위해 준비했던 2~3배, 아니 10배 이상의 노력을 기울여도 부족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흔히 어른들은 ‘첫 직장을 잘 구해라’는 말을 많이 했다.

하지만 취업난이 가속화되면서 그 노력의 양이 역전되기 시작했다. 경력 있는 신입이 우대받고, 2년 이내의 단기경력자를 신입의 대체인재로 선발하는 기업이 늘어나면서, 오히려 ‘점프를 위한 하향지원’이 취업의 좋은 전략이 되는 경우가 많다. 즉, ‘취업 1승’보다 ‘취업리그 우승’으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입사 전에는 삶의 모든 것으로 보이기까지 하는 취업. 그러나 취업은 이후의 삶을 가능케 하는 하나의 시작점일 뿐이다. 그리고 이후의 삶에서는 취업보다도 더욱 중요한 선택과 노력의 순간이 놓일 것이다.

원하는 곳에 들어가지 못하여서 실의에 잠기거나, 혹은 기대했던 직장에 들어가게 되었다 자만하지 말자. 취업은 경력, 나아가서는 성인으로서의 삶의 시작일 뿐이다.

지금까지 취업칼럼 ‘트라우마세대를 위한 취업과외’를 사랑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모두가 취업리그에서 ‘우승’하기를 기대하며.

유용수 칼럼니스트 ysyoo@nemopartner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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