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총리 표결' 시나리오별 정국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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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총리임명 동의를 판가름낼 주사위가 2일 오후 던져진다.

나타날 결과는 크게 세가지다.

그에 따라 여야는 각기 다른 득실을 취하게 된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정국은 불안한 상황을 벗지 못할 것 같다.

현재로선 가장 유력한 것이 한나라당의 변칙표결 시도에 따른 여권의 실력저지, 그리고 그로 인한 국회파행이다.

표결이 무산되는 것이다.

그 경우 여권은 김종필 (金鍾泌) 총리지명자를 총리서리로 임명해 金총리서리로 하여금 각료제청을 하게 하고 김대중대통령이 내각을 임명한다.

그 시기는 국회폐회 바로 다음날인 3일이 될 것이라는 게 金대통령측 얘기다.

그러면 정국은 더욱 냉각된다.

우선 예상되는 것이 여권에 의한 여소야대 (與小野大) 구조 깨기 작업이다.

"그럴 일은 없을 것" 이라고 金대통령을 비롯한 여권수뇌부들이 수차 말했지만 인위적인 정계개편 시도는 불가피해 보인다.

우선 金총리서리에 대한 임명동의가 계속 과제로 남는다.

'서리' 라는 꼬리를 떼지 못하면 새 정부의 이미지는 물론 그를 통해 구성된 내각의 위상도 부실해진다.

위헌시비도 계속된다.

야권의 공세가 가속화되며 김종필명예총재는 물론, 자민련의 정치적 타격은 급속히 커진다.

뿐만 아니라 추경예산 등 현안이 산적한 국회에서 매번 같은 형태의 곤욕을 치르지 않으려면 안정의석을 확보하는 길 밖에 없다.

장기적으로도 대선공약인 내각제 개헌을 위해 의석의 3분의2를 확보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결국 정계개편 시도를 통한 여야간 정면대결은 앞당겨질 수밖에 없으리란 전망이다.

이를 위해 야권인사들에 대한 사정작업이 시작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두번째 시나리오는 정상적인 표결이 이뤄지고 총리임명 동의안이 가결될 경우다.

이 경우는 여권은 정국 장악력을 확보하면서 순탄한 출발을 할 수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극심한 혼란사태를 맞게 된다.

지도부에 대한 인책론은 물론, 당의 구심점이 송두리째 흔들리게 된다.

이같은 내홍 (內訌) 이 당의 일대 분열로 나타나 자연스런 정계개편이 이뤄지리란 관측. 다음은 정상적 표결을 통한 임명동의 부결시. 여권은 총리를 재지명해야하는 등 극도의 궁지에 빠진다.

국정공백이 계속되면서 새 정부는 물론 국가의 대외신인도도 큰 타격을 받게 된다.

정국주도권을 거대야당에 빼앗긴 채 수뇌부의 정치력이 도마에 오를 것이다.

金명예총재의 정치생명이 위태롭게 되며 국민회의.자민련 양당간의 공조체제에 균열도 예상된다.

반면 한나라당에는 당 결속의 중대계기가 마련된다.

김석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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